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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안에 되죠?"
"네, 모든 메뉴 5분 안에 나옵니다"사실 그냥 해본 말이었다. 5분이라니…. 토요일 오후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걷는데 뱃속이 요동치는게 아닌가. 근처에 편의점이 없나 둘러보던 차에 작은 일본식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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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식당 앞에 걸린 ‘환승시간 30분 내에 식사 가능’라는 문구였다. 속으로는 ‘빨리 안나오기만 해봐라’하는 못된 심보로 아주머니를 보채기 시작했다. “제일 빨리되는 게 어떤거죠?”
우동으로 적당히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딱봐도 열 평 남짓한 공간에 좌석은 18개 뿐. 좌석이라 해야 벽보고 식사하는 ‘개인석’ 이 전부였다. 겉옷을 벗어 두려는 찰나 아주머니가 부르신다. “우동나왔습니다” 주문에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딱 2분이 걸렸다. 빠른 음식타령 안하고 본인의 기호에 맞는 적당한 음식을 고른 손님들의 음식도 줄줄이 나왔다.
그때 미국인 20대 두 명이 가게로 들어섰다. 지난달부터 한국을 여행중이라는 이 두 사내의 입맛은 까다로웠다. “고기, 생선이 들어가지 않은 시원하고 달콤한 음식”을 추천해달란다. 주문 받는 아주머니도, 식사하던 손님들도 모두가 당황했다. 식당이 좁은터라 누가 뭘 먹는지, 뭘 주문하는지 다 알 수 있었다. ‘한국에 왔으면 여기 있는 것 중에 골라 먹어!’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때마침 ‘모밀 소바’가 눈에 띄는 게 아닌가. 두 청년은 미국에서도 모밀소바를 먹어봤다며 흔쾌히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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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눈감추듯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3000원짜리 우동을 먹으면서 ‘맛’을 운운해선 안된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토실토실한 우동면이 어찌나 쫄깃한지 후루룩, 후루룩 한 번에 마셔버린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아직도 환승시간이 15분이나 남아있었다.
이 작은 식당의 하루 손님은 250명 남짓. 주인 아주머니는 “5분 안에 모든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다”며 “점심, 저녁시간대는 줄이 길어져 기다리다 그냥 가시는 분들께 죄송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환승시간을 이용해 점심, 저녁을 해결하는 손님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9호선 타고 오시다가 1호선으로 수원, 인천 방면으로 가시는 분들이 댁에가서 식사하시면 시간이 많이 늦다보니 여기를 꼭 들러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메뉴가 20개 정도밖에 안되는데도 거의 매일 오시는 손님들도 계신다”고 했다.
30분, 환승시간의 ‘특수’를 누리는 곳은 이 작은 식당 뿐만이 아니다. 노량진역은 반드시 1호선 출구로 나와서 다시 9호선으로 탑승해야 한다. 따라서 노량진 역 주변에 찐빵, 분식가게도 매출이 20~30% 정도 늘었다. 손님들은 주문 전에 꼭 물어본다고 한다.
“바로 먹을 수 있죠?”
“그럼요, 5분안에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