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일 피겨여왕 김연아가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리는 '2009 ISU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앞두고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5일 피겨여왕 김연아가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리는 '2009 ISU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앞두고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4일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린 '2009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한 김연아(19·고려대)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0점)를 성공시키고도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는 바람에 라이벌 안도 미키(일본·66.20점)에 0.56점 뒤진 2위에 그쳐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운그레이드 판정은 점프의 연결 동작이 부자연스럽고 착지가 불안하게 이뤄졌을 경우 내려지는 것으로 가산점이 붙을 수가 없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번 경기에서 9명의 심판 중 8명으로부터 1.60점(가산점)을 추가로 얻었다. 감점을 준 심판은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4명의 심판은 2점의 가산점까지 더했다.

    그렇다면 김연아가 심판진 전원으로부터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 결과적으로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은 까닭은 무엇일까?

    ◇김연아와 마리암 로리올 오버윌러의 질긴 악연

    피겨스케이팅 대회는 통상 스페셜리스트,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 컨트롤러로 이뤄진 '테크니컬 패널'이 점프의 도약과 착지시 엣지와 회전수 등을 평가하고 스핀, 스파이럴의 레벨을 결정한다. 여기에 심판진의 각 기술요소 평가(기초점) 및 가산점이 합산돼 최종 점수가 도출된다.

    따라서 심판의 기초점 평가와 더불어 테크니컬 패널이 매기는 '점프 등급'은 최종 채점 결과에 있어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지난해 11월 2008-2009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컵 오브 차이나)에서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완벽하게 구사했지만 테크니컬 패널에 의해 잘못된 에지(wrong edge)를 사용했다는 판정을 받았고 결국 심판들 역시 이같은 테크니컬 패널의 판정에 영향을 받아 김연아의 점프에 감점을 매겼다.

  • ▲ 5일 피겨여왕 김연아가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리는 '2009 ISU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앞두고 공식 훈련을 하며 오서코치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 5일 피겨여왕 김연아가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리는 '2009 ISU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앞두고 공식 훈련을 하며 오서코치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테크니컬 패널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이번 시즌부터는 심판들이 보는 모니터에 점프 등급을 표시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이날 경기에서 김연아는 가산점까지 더해준 심판들과는 달리 점프를 다운그레이드시킨 테크니컬 패널의 오묘한(?) 판정으로 인해 '기본점' 7.30점을 받는데 그치고 말았다.

    문제는 이번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로 참여한 사람이 바로 지난해 '컵 오브 차이나'에서 '롱 에지(wrong edge)' 판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마리암 로리올-오버윌러(스위스)라는 점이다.

    당시 이 스페셜리스트는 김연아가 3회전 연속 점프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우를 구사할 당시 "스케이트 날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뛰었다"면서 롱엣지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경기후 비디오 판독 결과 김연아는 정확한 점프를 뛴 것으로 확인돼 편파 판정 논란을 부추긴 바 있다.

    네티즌들은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일본의 다카하시 다이스케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에반 라이사첵(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 역시 '홈 어드밴티지' 탓으로 돌리며 김연아의 이번 판정은 주최 측의 입김이 들어간 명백한 '편파 판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브라이언 오서 "점프는 완벽했다"

    당사자인 김연아도 자신이 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가 다운그레이드 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연아는 경기 직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1회전에 그쳤던 트리플 플립에 대해선 "경기 전 연습에서 크게 넘어진 여파가 몸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며 "그 때문에 트리플 플립을 싱글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가 8.9점에 그친 것에 대해선 "오늘 영상을 체크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꺼내며 다소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 ▲ '2009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한 피겨퀸 김연아가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을 하루 앞둔 3일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공식 연습을 하며 일본 안도 미키를 지나치고 있다. ⓒ 연합뉴스
    ▲ '2009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한 피겨퀸 김연아가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을 하루 앞둔 3일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공식 연습을 하며 일본 안도 미키를 지나치고 있다. ⓒ 연합뉴스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김연아의 점프는 완벽했다"는 말로, 이번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오서 코치는 "여러차례 비디오를 돌려보며 확인했다"면서" 심판을 비난할 순 있겠지만 이번 일을 통해 더욱 배우는 자세가 김연아에게 중요하다. 앞으로의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이전 경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산케이 "안도 점수,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와"

    한편 기대하지도 않았던 안도미키가 김연아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에 대해 일본 언론은 일제히 "안도가 피겨퀸을 눌렀다"며 몹시 흥분된 분위기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5일자 보도를 통해 "완벽하진 않았지만 안도가 '세계 여왕' 김연아를 눌렀다"며 "올림픽 대표 경쟁에서도 아사다 마오를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안도가 이번 시즌 최고 득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며 "점수가 낮을 것으로 예측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왔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