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일 새벽(한국시간) 진행된 남아공 월드컵대회 본선 조 추첨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B조에 속하는 두번째 국가로 뽑혔다.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이 `KOREA REPUBLIC'이라고 적힌 쪽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 5일 새벽(한국시간) 진행된 남아공 월드컵대회 본선 조 추첨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B조에 속하는 두번째 국가로 뽑혔다.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이 `KOREA REPUBLIC'이라고 적힌 쪽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이 2010년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와 함께 16강 진출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78년과 86년, 월드컵 2회 우승에 빛나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 그리고 유로 2004를 제패한 그리스까지, 단 한 국가도 만만한 팀이 없다. 그러나 월드컵 진출 사상 최초로 '유럽 2팀'을 피했다는 점과, 최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전력을 감안할 때 비교적 해 볼 만한 상대들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한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팀의 조편성 결과에 비하면 최선은 아니나 '최악의 조'는 피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5일 새벽 2시(한국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국제컨벤션센터(CTICC)에서 샤를리즈 테론의 사회로 열린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추첨 결과, B조에서 아르헨티나(남미), 나이지리아(아프리카), 그리스(유럽)와 함께 한 조에 편성, 조별리그를 치르게 됐다.

    B조 3번에 배정된 한국은 4번에 배정된 그리스와 첫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그리스와의 본선 첫 대결은 2010년 6월 12일 넬슨 만델라 베이에서 펼쳐진다. 이어 한국은 17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아르헨티나와 두 번째 경기를 치른 뒤, 22일 더르반에서 나이지리아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갖게 된다.

    ◇그리스, 오토 레하겔 감독 경계령?

    전문가들은 이번 2010년 월드컵은 지난 독일 월드컵(프랑스, 토고, 스위스) 때보다는 다소 험난한 여정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 남아공 월드컵대회 본선에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와 함께 B조에 편성된 한국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이 5일 새벽(한국시간) 조추첨이 끝난 직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 감독은
    ▲ 남아공 월드컵대회 본선에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와 함께 B조에 편성된 한국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이 5일 새벽(한국시간) 조추첨이 끝난 직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 감독은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면서 16강 진출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 연합뉴스

    일단 대표팀의 첫 상대인 그리스(FIFA·피파랭킹 12위)는 유럽 예선에서 7승2무3패로 스위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유럽팀 가운데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난 유로 2004 당시 우승을 차지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죽음의 조'라 불리던 스페인, 볼리비아, 독일과 함께 C조에 속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김호 전 대표팀 감독 역시 그리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보다 그리스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히려 더 강한 상대가 될 수 있다"며 "그리스 대표팀을 이끄는 오토 레하겔(독일) 감독의 전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무엇보다 레하겔 감독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오랫동안 눈여겨봤는데 굉장한 인물"이라면서 "역대 전적에서 앞선다고 얕보면 크게 잘못 보는 것이다. 레하겔 감독은 9년 동안 그리스를 이끌면서 선수들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다. 칼을 숨긴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허정무 vs 마라도나, 24년만에 재대결 관심

  • ▲ ⓒ 연합뉴스
    ▲ ⓒ 연합뉴스

    두 번째 상대인 아르헨티나는 전통의 강호로 현재 FIFA랭킹 8위에 올라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예선전에서 8승4무6패로 4위를 기록, 본선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인 디에고 마라도나(사진)는 한국의 허정무 감독이 지난 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전담마크를 했던 경험이 있다. 따라서 24년 만에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재대결을 벌이게 된 점도 흥미롭다.

    우선 아르헨티나는 '작은 거인'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화려한 개인기가 돋보이는 팀이다. 최근 예선전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상식적으로 한국팀이 1승의 제물로 삼기엔 너무나도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한때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어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카를로스 테베즈 역시 한국팀이 간과할 수 없는 선수다. 전통적으로 본선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아르헨티나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 최근 전력 '하향세' 위안

    한국의 예선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는 '슈퍼이글스'라는 별명 답게 존 오비 미켈(첼시), 조셉 요보(에버튼), 은완코 카누(포츠머스) 등 주축선수 대부분이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선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는 팀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그리스가 역대 전적에서 한국에 1무1패로 뒤져 있는 만큼 반드시 이겨 승점을 확보한  다음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최상의 결과를 얻는데 주력한다면 16강 진출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전망이다.

    김호 감독은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월드컵 예선전을 보면 예전 명성과 거리가 멀다"며 "아르헨티나는 수비 조직력이 약해졌고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지도자 경험이 적은 것이 단점"이라고 지목했다.

    애당초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우려했던 고지대 경기가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이 예고된 요하네스버그(해발 1753m) 한 곳 뿐인 점도 다행스럽다.

    허 감독은 이날 조추첨이 열린 케이프타운 국제컨벤션센터(CTICC)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어느 조나 쉽지 않다"며 어차피 쉬우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대진 결과에 대한 소감을 밝힌 뒤 "16강 진출을 위해선 적어도 1승2무나 2승1패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만만치는 않겠지만 우리에게도 분명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북한·일본, 진정한 '죽음의 조' 편성

  • ▲ 지난 9월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한국과 호주 친선경기에서 한국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9월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한국과 호주 친선경기에서 한국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이 상대적으로 해 볼 만한 나라들과 한 조에 배치됐다면 남은 아시아 국가인 북한과 일본의 경우는 그야말로 '죽음의조'에 편성됐다는 평가다.

    북한은 월드컵 5회 우승을 자랑하는 '삼바군단' 브라질과 디디에 드로그바를 앞세워 아프리카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코트디부아르, 세계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호날두가 버틴 포르투갈과 함께 G조에 편성, 16강을 다투게 됐다. 일본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 북유럽의 강호 덴마크, 그리고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카메룬이 포함된 E조에서 조별리그를 치를 예정이다.

    ◇한국, 다른 아시아팀에 비하면 천국?

    네티즌들 역시 이번 한국팀의 조추첨 결과에 대해 비교적 낙관론을 펴고 있다.

    아이디 jihj라는 네티즌은 "무난한 조편성"이라면서 "그리스는 이번이 두번째로 월드컵에 참가한 팀으로 유로 2004우승팀이기도 하지만 이팀의 문제는 국대에서 성적이 밑바닥에서 놀다가 어쩌다 한번 기적을 일으키는 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4년 월드컵에서도 유럽예선 조 1위로 올라와 다크호스로 지목되었으나 3전전패 광속탈락했다"고 밝혔다. 또 나이지리아에 대해서도 "전통의 아프리카 강호임은 분명하나 최근 전력이 이전보다 못하다는건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라며 "다만 아프리카이기때문에 고전이 예상되지만 해볼만한 팀인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그는 "1포트 국가 중 그나마 약체인 아르헨티나와 유럽에서 그나마 중하위권인(월드컵 참가국 중) 그리스, 아프리카에서 중위권(월드컵 참가국 중)인 나이지리아를 만난 건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비하면 천국이라 할수 있다.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디 into라는 네티즌은 '조편성 행운이네요'란 글에서 "1시드인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 감독이 지휘권을 잡은 이후로 TV보시면 알겠지만 개판, 막장"이라면서 "1시드 중 가장 못하고 바르샤의 메시가 아닌 아르헨의 메시는 크레이지 모드는 아니"라고 평했다. 또 "2시드 나이지리아는 예전 나이지리아가 아니"라면서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는 특별한 스타플레이어가 없고 오히려 가나나 코트디보단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스에 대해선 "올레~ 다른 유럽강호들보단 맨탈적으로 해볼만 하다"며 "한국이 유럽에게 특히 맨탈적인 부분에서 많이 어려워하는데 그리스는 그나마 해볼만한 상대"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