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머문 시간은 총 21시간 가량.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함께 한 시간은 약 3시간 30분에 달한다. 양 정상은 19일 짧은 만남이지만 '하트 투 하트(heart to heart)' 외교를 보이며 한미혈맹을 과시했다.

    "마음을 연 깊은 대화가 실제 이뤄졌다"(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많은 정상회담에 참여해봤지만 오늘처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양국 참모진은 두 정상의 만남을 높이 평가했다.
    예정된 시간을 넘기며 단독회담을 진행한 양 정상은 업무오찬장인 상춘재까지 약 500미터를 산책하며 교감을 이어갔다. 오찬을 겸한 확대정상회담에서도 시간이 부족하긴 마찬가지. 오바마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주한미군부대 방문 일정을 20분 가량 늦추며 대화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단독회담이 길어진 것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시간을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농담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도 모든 것이 다 대통령 탓"이라고 맞장구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 ▲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함께 산책하고 있다. ⓒ 뉴데일리 <=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함께 산책하고 있다. ⓒ 뉴데일리 <=청와대 제공>

    ◇ 한미정상의 '정권 지르기' =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실무방문임에도 국빈행사와 마찬가지로 육해공 의장대와 전통 의장대, 그리고 국악대가 마련한 환영식을 마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장에서 "아주 멋진 환영식이었다"며 감탄을 연발하며 사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태권도복을 직접 선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춘재에서 자신의 이름과 태극기, 성조기가 함께 새겨진 검은띠 태권도복을 펼쳐보이며 '정권 지르기'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태권도를 수련하는 등 태권도에 큰 관심을 보여온 점을 고려한 것이다. 국기원에서 발행한 명예단증도 함께 전달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문화예술 및 독서에 관심이 많은 점을 감안해 우리나라 문화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 도록', 한국 근현대 예술가와 작품을 소개한 '모던 코리아 아티스트(Modern Korea Artist)'를 선물했다.
    김윤옥 여사는 오바마 대통령 내외에게 트레이닝복을, 특별히 미셀 오바마 여사를 위해서는 영문으로 된 한식 조리법과 한식의 역사를 담은 '아름다운 한국음식 100선'을 준비했다.

    오바바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작가 벤자민 토마스의 서명이 적혀있는 '링컨 전기' 한정판으로 답례했다. 또 아시아 순방을 맞아 특별 제작한 '오리지널 아시안 메이플 글래스 워크(Original Asian Glass Work)'을 전했으며, 김 여사에게 크리스털로 만든 무궁화를 선사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태권도복을 선물했다. '정권 지르기' 시범을 보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 뉴데일리 <=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태권도복을 선물했다. '정권 지르기' 시범을 보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 뉴데일리 <=청와대 제공>

    ◇ 오찬장 메뉴는 '녹색성장', '한식세계화' = 오찬장에서의 첫번째 화두는 최근 우리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발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중기 감축목표를 제시한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국내에서는 기업하는 분들이 울상이다"며 농담을 던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나라보다 먼저 과감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의 경쟁력, 그리고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해 경제관리를 잘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회복을 이룬 것에 대해 축하한다"면서 "청정에너지 개발문제는 기회이기도 하고 도전이기도 하다"며 정부의 대책을 물었고, 이 대통령은 "기업에 투자권유도 하고 정부도 R&D투자를 GDP대비 세계 4위수준까지 늘려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당초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제외키로 했던 '신선로'의 등장은 양 정상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이 대통령이 "집사람이 이건 꼭 대접해야 한다고 준비했다"고 소개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능숙한 젓가락질로 "탁월한 선택이다.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식사했다.
    메인요리로는 불고기와 숯불구이 바비큐가 나왔다. 한식과 미국식이 함께 준비된 것. 불고기는 국내산으로, 바비큐는 미국산 을 사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한국산을 먼저 먹었다"면서 "8일 동안 국빈만찬을 먹었더니 살이 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식은 칼로리가 높지 않고 균형잡힌 음식이라 괜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