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의 인민공화국에는 정치범수용소가 있다는 말은 수없이 많이 들었습니다. 북의 어느 한 정치범수용소를 탈출하여 월남한 어떤 청년의 말을 듣기도 하였고 그런 내용의 연극·영화도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정부는 한 번도 그런 사실을 확인·발표한 적이 없었습니다.

    유력한 한 신문 일면에는 수용소의 위치가 지도와 함께 명백하게 표시되어 있어서 혹시 내가 태어난 평남 맹산에 있지 않은가 걱정하는 마음으로 살펴보았지만 맹산에는 없고, 수용소 제18호가 북창에 있다니 그것도 감개가 무량합니다.

    평양고보 학창시절에 그 북창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내렸습니다. 쌀이 매우 귀하던 일제말기인데 북창 살던 어느 친지 집에 들려 밥을 한 그릇 얻어먹고 원남면까지 소리개 고개 30리 길을, 아직도 눈이 다 녹지 않은 이른 봄의 산길을 어둠속에 걷고 또 걸어 고향인 원남면에 갔던 것이 65년 전의 옛날이건만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북한의 정치범들은 여섯 곳에 나누어 수용되어 거기에 15만 4000명의 우리 동포가 갇혀 있는데 헐벗고 굶주린 채 연명하고 있지만 살아서 나올 희망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요덕 스토리”를 연극으로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 여·야 간에 정쟁으로 멍든 조국의 정치 현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집니다. 누가 재선거·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느냐가 역사에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수용소에 치고 들어갈 특공대가 없어서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