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깊어 나무 잎이 누렇게 물들고, 더러는 불이 붙은 듯 빨갛게 되었다가 힘없이 땅에 떨어지는 그 까닭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나무 잎이 시들어 떨어져야 그 나무가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다시 화창한 봄날이 찾아올 때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사실이지만 그 사실 속에는 오묘막칙한 진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사람 사는 이 세상의 이치도 다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는 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음을 깊어가는 가을에 깨닫게 됩니다. 박목월이 읊었듯이 “한 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라고 노래하게 되는 가을이 깊었습니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고 묻지 않을 수 없는 계절입니다.

    20세기 최대의 역사가 토인비는 그런 질문을 받고, 사람은 우선 사랑하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창조하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매우 의미심장한 답을 주었습니다.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가 박목월의 가을 노래의 결론이라면 이 세상을 떠나기까지 사람이 힘써야 할 일은 우선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사랑 없으면 “이해”도 어렵고, ‘창조“는 더욱 불가능한 것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사랑이 없으면 인생이란 무가치한 것이고 무의미한 것이라고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돈, 돈” 하지 마세요. “감투, 감투” 하지 마세요. 인생에 있어서 돈보다도 감투보다도 소중한 것이 “사랑”임을 분명하게 깨닫습니다. 흔들리지 마세요. 의심하지 마세요. 인생이 사랑을 위해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