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스로 정운찬 총리의 인준안이 대한민국 국회를 통과하여 그나마 다행입니다. 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이루어진 여당 의원들만의 의사결정이어서 좀 씁쓸하긴 하지만 만일 부결이 됐으면 정 총리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엄청나게 큰 타격이 되었을 것입니다.

    만인의 위에 서서 오직 한 분을 모시고 나라 살림을 꾸려 나가야 할 정운찬 총리에게는 산 넘어 또 산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고 측은한 생각마저 듭니다. 우선 세종시가 문제입니다. 야당은 무조건, 민주당에 도움이 되건 안 되건, 세종시는 원안대로 건설이 돼야 한다고 큰 소리 치며 총리에게 돌을 던질 것입니다.

    충청도 출신들이 아우성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민주당 보다는 대한민국이 소중하고, 충청도에서 요 다음 총선에서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보다는 대한민국이 더 소중한 것 아닙니까. 흔드는 재미에 흔드는 것도 잘못이지만 개인의 출세 때문에 대한민국을 흔드는 것도 용서 못할 죄악입니다.

    세종시가 새로 만들어져 나라가 흥왕한다면 주저 없이 만듭시다. 그러나 정치적 흥정으로 그런 일이 강행된다면 부끄러운 일이지요. 수도를 옮기는 그런 큰일은 국민투표에 회부돼야죠. 왕조시대도 아닌데 300명밖에 안 되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천도를 결의한다는 것도 이치에 어긋난 일입니다. 어느 개인이나 어느 정치집단 보다도 백배나 더 소중한 것은 우리가 몸담아 사는 대한민국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