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김정일의 核공세와 ‘核으로 버티기’는 지금까지와 같은 국가 차원의 ‘당근과 채찍’만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 그렇다면? 이제는 국가차원의 그런 노력은 그것대로 지속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와는 軌를 달리 하는, 지구시민사회(global civil society) 차원의 김정일 포위 전선을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

    이것은 지구촌 시민사회가 김정일의 인권압살, 종교탄압, 쇄국주의에 대해 汎세계적인 연대를 이록해 일대 공세적인 정보전을 전개 하자는 구상이다. 김정일의 核공갈은 북한의 체제변환 또는 ‘정상국가化’ 없이는 저지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 이제는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서방세계의 국가나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추구할 수는 없다. 그 대신 정부로부터 독립해 있는 시민사회의 운동으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전체주의 독재정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그것이 정보의 유통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부의 정보가 안으로 흘러들어 가고, 내부의 참상이 외부에 알려진다는 것은 전체주의 독재정권의 목을 조르는 밧줄 같은 것이다. 북한주민이 외부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할수록, 그리고 김정일의 잘못된 리더십을 절감하면 할수록 그것은 김정일 수령 독재에 核폭탄 같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김정일 체제가 더 지속된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주민-엘리트의 신뢰를 떼어내야 한다. 그래서 그로 하여금 주민의 怨聲과 엘리트의 불안감으로 포위된 채 살게 해야 한다.  

    주민이 모든 것을 알게 되고, 엘리트가 모든 것을 알게 될 때,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살 수 있을 때, 비록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해도 김정일 수령 독재는 외부 아닌 내부의 불안정 요인을 마치 암 덩어리처럼 안고 살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로마 제국은 게르만 庸兵의 쿠데타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내부적으로 곪아 터지고 있었다. 내부의 불안요인은 외부의 그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것이다.

    북한 주민의 진짜 敵은 미국, 한국 아닌 김정일 폭정(굶주림과 인권압살)이다. 김정일은 이것이 북한 주민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 해 저런 억압, 정보차단, 쇄국주의, 너죽고 나죽자 式 핵공갈로 나오는 것이다. 지구시민사회는 이 자명한 진실을 전세계와 북한 주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북한 核 대책이다.

    지구시민사회는 인권을 至高의 가치로 삼는다. 서방 기독교 문명은 특히 종교 탄압을 최고의 惡으로 치부한다. 우리는 이 에너지를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김정일의 인권 탄압과 종교 탄압을 겹겹이 포위하고 죄어야 한다. 북한주민에게 라디오를 날려 보내고, 강력한 주파수의 방송을 송출하고, 북녘 하늘을 뒤덮고도 남을 만큼의 전단을 살포하고, 북한의 인권 참상을 더 소상하게 세계 시민에 전하고, 북한 지하교회의 참상을 더 상세하게 기독교 문명권에 알려야 한다.

    김정일 핵공갈을 이보다 더 강력하게 역습할 방도는 없을성 싶다. 정부는 못한다. 공공부문도 정당도 못한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 정부와 친북파와 자칭 '중도실용파'와 일부 잘난 지식인들도 만류할 것다. 그래도 해야 한다. 그리고 확실하게 유효할 것이다. 북한 인권운동의 전투적인 재편, 세계화,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기대한다. 김정일의 아킬레스腱에 비수를 꽂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