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반가워 부둥켜안고 막 울었지요..."

    북한 경비정에 끌려간 지 30일 만인 지난 29일 밤 속초항으로 돌아온 '800 연안호'의 선원들은 이날 늦게 모처에 마련된 면회장소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과 3분여의 짧은 만남을 갖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면회시간이 너무 짧아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었어요. '잘 있다가 왔다'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집으로 갈 테니까 아무런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선장 박광선씨의 부인 이아나(49)씨는 30일 "한달 만에 본 남편의 모습이 무척 수척해져 있었다"며 "그동안에 했을 마음고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씨는 "성격도 소심한 데다 선장으로서의 책임감 등이 겹쳐지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며 "조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디 조용한 곳에 여행이라도 보내 한 달간 푹 쉬게 할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사건발생 초기에는 갖가지 생각에 불안하고 초조하고, 무섭고 겁도 많이 났었다"며 "선원들의 모습을 눈으로 본 지난밤에는 가족들 모두가 정말로 편하게 잠을 잤다"고 말했다.

    이씨는 "선원과 선박이 따로 송환된다는 이야기가 돌았을 때는 혹시나 배를 돌려주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다"라며 "선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선원 이태열씨의 부인 조현옥(45)씨도 "한달 만에 만난 남편이 어머니 안부를 물으면서 눈물을 흘리더라"며 "결혼생활 21년 만에 남편이 우는 것을 어제 처음 봤다"고 말했다.

    조씨는 "어머니 안부를 먼저 묻는 것을 보니 억류생활을 하면서도 몸이 불편한 어머니 걱정을 무척 많이 한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평소 좋아하는 삼겹살이라도 사다가 조촐한 가족모임을 해야겠다"며 "마음도 추스를 겸 여행을 갔다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당분간은 쉬겠지만 배운 게 이 일이다 보니 선원생활을 또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선원들을 면회한 가족들은 "선원들의 피부가 이전보다 하얘진 것을 보면 한 달 동안 바깥 활동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선원들은 현재 모처에서 NLL 월선 경위 등에 대해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조사기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슷한 사건의 전례로 볼 때 관계기관의 조사가 끝나면 관련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해경의 조사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