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5일 발사된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1)에 실려 우주로 쏘아 올려진 '과학기술 위성 2호'에 대한 교신이 무산됐다. 사진은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됐을 경우 첫 교신 예정시각인 26일 오전 4시25분께 위성과의 교신을 맡은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지상국에서 한 연구원이 위성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나타나지 않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25일 발사된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1)에 실려 우주로 쏘아 올려진 '과학기술 위성 2호'에 대한 교신이 무산됐다. 사진은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됐을 경우 첫 교신 예정시각인 26일 오전 4시25분께 위성과의 교신을 맡은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지상국에서 한 연구원이 위성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나타나지 않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에 의해 25일 우주로 쏘아 올려진 '과학기술위성2호'와의 교신이 무산됐다.

    26일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오전 4시 25분부터 안테나를 과학기술위성2호 예상 궤도에 맞춰 교신을 시도했으나 오전 7시 현재까지 위성의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나로우주센터로부터 위성 궤도정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위치 데이터가 없으면 초속 7km로 움직이는 위성 속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수신안테나의 기술적 운용이 불가능하다는게 KAIST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날 나로호 발사 100분이 지난 후 북극 노르웨이 수발바드르 기지국에서 이뤄지기로 했던 비콘 신호(beacon·응급신호발생신호) 수신도 역시 궤도정보 부재로 무산된 상태다.  

    KAIST 관계자들에 따르면 궤도 정보 없이도 위성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는 북미항공우주사령부 노라드(NORAD)에서도 과학기술위성2호 행방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26일 오전 7시 현재 위성과의 교신을 기다리던 연구원도 대부분 귀가한 상태다.

    현재 비콘 신호 검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인공위성센터는 2,3일 후에 나오는 노라드 데이터를 토대로 다시 한번 위성 궤도 추적에 나설 예정이다.

    7전8기의 불꽃도 잠시… 환호성이 탄식으로…내년 다시 시도

    대한민국 첫 우주발사체로 온 국민의 성원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나로호(KSLV-1) 발사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됐다.

    25일 오후 5시 정각, 7번의 '발사연기'란 아픔을 딛고 우레같은 괴성을 내뿜으며 창공을 가로지른 나로호는 발사 55초 만에 음속(시속 1700km)을 돌파한 뒤 3분 35초 뒤에는 위성 보호덮개인 페어링을 성공적으로 분리하고 정상 비행함으로서 '발사 성공'을 확신케 했다.

  • ▲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25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25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 연합뉴스

    1단엔진 분리에 이어 6분 35초쯤 2단로켓 엔진(킥모터)을 순조롭게 점화한 나로호는 9분(540초) 뒤 '과학기술위성 2호'를 성공적으로 분리, 위성발사체로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듯 보였다.

    당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물론 대전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원들은 대형스크린을 통해 역사적인 나로호 발사 순간을 지켜보며 '엔진 분리'와 '위성 분리'가 예정대로 이뤄지자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분위기로 들썩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9분 뒤 고도 306km에서 분리된 것으로 알았던 '과학기술위성2호'가 이보다 36km 더 높은 고도 342km에서 분리된 사실이 긴급히 타전되며 항우연과 모니터를 통해 발사 순간을 목도하던 정부 부처에 일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나로우주센터와 교육과학기술부(과기부)는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섰고 언론 문의가 빗발치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발사에는 성공했으나 위성 목표궤도 진입엔 실패한 '절반의 성공'"이란 자평을 한 뒤 "'우주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굳은 표정으로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안병만 과기부 장관은 "나로호 발사는 한국 우주개발에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며 "우주강국을 이루는 그 날까지 계속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나로호 궤도진입 실패 원인은 초속 7㎞를 유지해야 하는 2단로켓 엔진(킥모터·고체연료엔진)이 제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위성과 분리된 후 고도 1500㎞까지도 진입하지 못하고 낙하해 정상에서 훨씬 벗어난 궤도로 위성이 쏘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발사체가 발사된 후 1단엔진과 함께 위성보호 덮개 페어링이 완전히 분리돼야 하나, 한쪽만 열리고 다른 한쪽은 열리지 않은 것 역시 궤도진입 실패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과학기술위성 2호는 자체적 '추진체'가 없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좀더 분석해 봐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이날 쏘아 올려진 위성이 '우주미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위성 2호가 목표 궤도에도 진입하지 못함에 따라 26일 새벽 6시로 예정된 카이스트와의 교신도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번 나로호 발사는 시작만 거창했을 뿐, 위성의 정상궤도 진입에도 실패하고 지상 교신도 불가능해지는 등 절반이 아닌, '완전한 실패'로 매조지되는 분위기다. 항우연은 러시아와의 계약에 따라 9개월 뒤인 2010년 5월 다시 한번 위성 발사를 시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