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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준 명지대 교수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각종 선거횟수 감축, 행정구역 개편 등 3대 정치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조선일보 8월 17일자 A1면 기사에 따르면 이 가운데 정치권 최대 이슈는 소선거구제 개편 문제다.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1명만을 뽑는 제도로 대표성의 왜곡과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한국 상황에서 소선거구제는 영남을 한나라당, 호남을 민주당이 각각 독식하는 지역패권 정당 체제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했다. 이제라도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다양한 민의를 최대한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문제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과거에도 수없이 제기됐지만 여야의 정치적 이해 대립으로 예외 없이 실패했다는 점이다. 화려한 시작과 달리 끝은 언제나 초라했던 '시화종빈(始華終貧)'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가시적 로드맵을 정치권이 조속히 합의해야 한다. 과거처럼 변죽만 올리고 시간만 끌다가 선거에 임박해서 본질과는 무관한 곁가지만 몇 개 건드리고 졸속으로 끝내는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추진된 선거제도 개편은 항상 여야 합의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야당이 반대하면 결코 통과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선거제도 개편은 행정구역 개편과 맞물려 있고, 계파별·지역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야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개편을 매듭지을지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계와 전문가들이 먼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국회와 국민의 의견을 듣는 방식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둘째, 선거제도 개편은 보다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당이 선거에서 얻은 득표를 의석으로 전환시키는 단순한 선거구제 문제만이 아니라 선거운동 방식, 공천제도, 선거 후원회 구성 등과 같은 광의의 선거제도에 대한 폭넓은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셋째, 선거제도 개편의 정치적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권역별 정당명부제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늘려야 한다. 독일의 경우,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50%씩 균등하게 되어 있고, 일본은 300명 대 180명이다. 권역별 정당명부제를 통해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려면 우리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간의 비율을 최소한 2 대 1(200명 대 100명) 정도로 해야 한다. 물론 선거제도를 바꾼다고 지역주의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작은 변화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정치판 나비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여야는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