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현정은 회장은 또 하루를 더 평양에 머물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현 회장은 왜 그렇게 구차스럽게 “김정일 위원장님, 제발 만나주세요” 하는가? 거기엔 물론 그럴 만한 절박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위기에 처한 회사경영을 구출해 내기 위한 대북사업 재개에 대한 김정일의 ‘yes, go!'가 절실히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엔 3 가지 문제점이 깔려 있다.

    첫째, 현정은 회장 아닌 우리가 무얼 잘못 했다고 인질범 김정일에게 현정은 회장하고 함께 기고 들어가야 하는가? 현정은 회장 자신은 기고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왜 현정은 회장의 개인영리 사업을 위해 함께 끌려 가야 하는가?

    김정일이 클린턴에게 한 예우하고 현정은 회장에게 한 예우의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다. 그 만큼 클린턴의 미국에 비해 한국은 비교가 안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취급을 받을 수록 현정은 회장은 즉각 대한민국의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쪽으로 처신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 회장은 그 반대로 나갔다. 김정일 문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 하듯 하염없이 김정일 장군님의 출현을 기다렸다. 마치 天子를 알현 하려는 속국의 使者 처럼. 이게 합당한 처신인가?

    둘째, 현정은 회장은 돈 내는 측의 우월성을 몰각하고, 수입 잡는 쪽의 열등성을 몰각했다. 도대체 왜 투자하는 쪽이 기고 들어가는가? 이게 대체 무슨 경우인가? 왜 돈 쓴 쪽이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듯 처신해야 하는가? 정말 알 수 없는 미스테리다.

    셋째. 현정은 회장은 유성진 씨 억류사건과 관련해 국민에게 “저희의 불찰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글이라도 한 줄 발표했어야 했다. 이 모든 국가적인 곤경이 바로 그들의 개인 영리사업 때문 아닌가? 그런데도 현정은 회장은 아무런 미안함도 내비친 적이 없다. 사람의 경우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넷째, 현정은 회장은 지금 개인 영리사업을 위해 평양에 가 있는가, 아니면 국가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거기 가 있는가? 아마도 전자의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영리사업이 국가와 국민 전체의 명운을 가름하는 것이라는 듯 생각하고 처신해선 안 된다. 후자라면 그 역할을 사양해야 한다. 국가의 역할은 현정은 회장 아니더라도 다른 더 공공적인 인사가 얼마든지 더 적합하게 할 수 있을 터이니까. 

    현 회장, 국민 전체의 자존심을 도매금으로 상하게 하지 마시고 지금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세요. 그리고 돌아오세요. 귀하의 사업보다는 대한민국과 그 국민의 명예가 몇 백 배, 몇 천 배 더 중요합니다. 정말 창피해 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