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면담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방송들이 이날 저녁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일 동지께서 8월16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초청에 따라 평양을 방문하고 있는 현정은 남조선 현대그룹 회장과 그 일행을 접견하셨다"며 김양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배석했다고 전했다.

    이번 면담은 현 회장의 방북 7일만에 이뤄진 것이다. 현 회장은 지난 13일에는 김양건 위원장과 면담함으로써 김 위원장과 면담 가능성을 높였으나 예상보다 늦춰졌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에게 선물을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은 사의를 표한 뒤 "현대그룹의 선임자들에 대하여 감회깊이 추억하면서 동포애의 정 넘치는 따뜻한 담화"를 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현 회장 일행은 오찬을 함께 했으며, 여기에는 김양건 위원장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이 면담과 오찬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북한 매체들은 소개하지 않았고 현대그룹측도 "아직 현 회장 일행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나 결과에 대해 알려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회장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과 관련, 북한이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개성공단 토지임대료와 임금문제, 통행제한 조치로 중단된 개성관광의 재개 문제, 작년 남한 관광객의 피격사망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한 김 위원장의 결단과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방북한 현정은 회장은 장녀인 정지이 현대 U&1 전무와 함께 3일간의 일정을 잡고 평양을 방문했으나 16일까지 5차례나 체류를 연장하면서 김 위원장과 면담성사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만큼 이번 면담을 현안 해결의 기회로 활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현 회장에게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의 전도와 더 나아가 남북관계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과 16일 낮에 만난 만큼 오후에 귀환해 시어머니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 여사의 2주기 제사에 참례할 수 있었음에도 17일 귀환키로 한 점을 지적, 현 회장이 면담 결과를 토대로 김양건 위원장 등과 후속협의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 회장은 17일 경의선 육로를 거쳐, 개성공단에 체류중인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과 합류해 경기도 파주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귀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회장은 지난 13일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의 석방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라고 호칭해 그가 아태 위원장을 겸했음을 확인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