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평양에서 김정일 과 회동함에 따라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결국면이던 북미관계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간의 지난 4일 회동을 계기로 변화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는 것처럼 현정은-김정일 회동이 18개월 가까이 경색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 회장은 현대아산 소속 억류 근로자 유성진씨가 지난 13일 136일만에 석방된데 대해 일정한 사의를 표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작년 북한이 취한 `12.1 조치'의 일환으로 중단된 개성관광 재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수 있다. 금강산.개성관광은 현대아산의 주력사업이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수뇌인 현 회장이 이번 방북을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마련하려 했을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정일은 박왕자씨 사건 직후 우리 정부의 결정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이미 박왕자씨 사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 적이 있는 만큼 김정일이 다시 유감 표명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남측과 관광 재개를 위한 제반 문제를 협의할 용의를 피력했을 수는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김정일이 작년 11월말 북한이 스스로 중단한 개성관광을 재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북한이 남북관계의 1단계 차단조치로 규정한 `12.1조치'의 일부를 철회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현대아산이 관여하는 사업 외에 다른 남북관계 전반의 현안과 관련, 현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전했고 그에 김정일이 어떻게 반응했을지다. 비록 정부는 북한에 제공할 `인센티브'를 담은 메시지를 현 회장에게 건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 회장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현안을 적극 풀어나가자는 메시지를 북에 전달한다는 복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이 현 회장을 통해 현 단계에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구상을 밝혔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담은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로 표출된 우리 정부의 현 단계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김정일의 반응이 현 회장을 통해 전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이 현 회장이 증정한 선물에 대해 사의를 표하고 "현대그룹의 선임자들에 대하여 감회깊이 추억하시면서 동포애정 넘치는 따뜻한 담화를 했다"고만 보도하고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