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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실언성' 발언까지 겹치는 바람에 파문이 증폭되고 있는 하버드대 흑인교수 체포사건을 진화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미 역사상 첫 흑인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6개월간 비교적 잠잠했던 `흑백' 인종갈등이 백인 경찰관의 흑인 교수 체포문제를 계기로 표면화되자 더 이상의 파문확산을 차단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의 정례브리핑에 예고없이 등장, "이번 사건이 증폭되고 있고, 확실히 나도 이런 파문 확산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미 전역으로 생중계된 TV기자회견에서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경찰의 제임스 크롤리 경사가 하버드대 헨리 루이스 게이츠 교수를 자택에서 체포한 것을 두고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폄하한 자신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음을 시인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내가 선택한 단어로 인해 불행하게도 케임브리지 경찰과 특히 크롤리 경사를 나쁘게 비치도록 했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면서 용어선택이 부적절했다고 재삼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나와 (크롤리) 경관, 게이츠 교수가 백악관에서 맥주를 한잔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해 3자 회동을 통해 앙금을 털어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크롤리 경사와 전화통화를 가졌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전화통화를 통해 그가 훌륭한 경찰관이라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주 좋은 두분(게이츠 교수, 크롤리 경사)이 자신들이 전혀 원치않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이 이처럼 엄청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인종문제가) 여전히 미국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우리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작은 시간이라도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경찰과 소수사회 간의 관계를 증진시키는데 집중했으면 좋겠다"면서 "동시에 서로 비방하는 대신 더 나은 하나됨을 위해 숙고하는 자세를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진화는 자신의 `어리석다'는 발언이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던 흑인교수 체포 파문에 기름을 부어버린 격이 됐기 때문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뤄진 측면이 강하다.
특히 일선 백인 경찰관들이 `하극상'을 느끼게 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오바마가 취한 낮은 자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백인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듣고 수치스러웠다", "오바마 대통령이 군통수권자인 것이 부끄럽다"는 자극적인 발언이 여과없이 나왔고, 급기야 매사추세츠 주 경찰단체 대표들은 24일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까지 했다.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순찰경관연합회의 스티븐 킬리언 회장은 "케임브리지 경찰은 멍청하지 않다"고 반박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미 전역에서 활동하는 사법경찰관들에게 사과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크롤리 경사는 전날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동네 일에 참견하지 말고, 빠져있어 달라"고 주장한 데 이어 게이츠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자칫 이번 사태가 법정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사회의 뿌리깊은 인종갈등이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진화로 쉽게 가라앉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적어 보인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맥주를 마시며 앙금을 털어낼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순진한 발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보수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진 오바마가 미국 사회의 `뇌관'격인 인종문제를 가볍게 다룰 경우,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