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비는 피하자' 사흘째 국회 본회의장을 '동시 점거농성' 중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생각이다.

    자신들의 생일잔치나 다름없는 제61회 제헌절 기념행사(17일)를 의식해 16일 밤 10시부터 17일 낮 12시까지 양쪽 원내 부대표단 2명씩 4명만 남기고 본회의장을 비우기로 합의한 양당은 폭우 피해지역이 속출하자 이날 오후부터 18일 오전 10시까지 3명씩 6명만 본회의장에 대기하기로 합의했다. 오랫만에 '신사협정'을 이뤄냈다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말 없게 됐다. 양당 대표는 전날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부산으로 달려갔다. 

  • ▲ 16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 남아 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뒤쪽에 이불이 보인다. ⓒ연합뉴스
    ▲ 16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 남아 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뒤쪽에 이불이 보인다. ⓒ연합뉴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렇게 합의한 뒤 이날 오후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고 이를 보고했다. 회의에서 안 원내대표는 "수해지역이 많고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도 많은 비가 예상되니 오늘부터 내일 10시까지 본회의장에 3명씩만 비상대기를 하도록 하자"고 했다고 한다. 여야 본회의장 동시 점거농성이란 기막힌 코미디가 양당 모두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낮 12시 부터 오후 2시까지는 몇명이 동거할지 논의를 했다고 한다. 전날 양당 수석부대표가 합의한 시간이 17일 낮 12시까지이므로 이후 인원투입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전략을 짰다는 것이다. 양당은 본회의장 대기인원을 이날 오후부터 18일 오전 10시까지 3명씩 6명을 남기기로 했는데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모 의원은 "멤버교체를 하든지…"라고 말한 뒤 "나도 잘 모르겠어요"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취재진은 "왜 3명으로 결정했느냐"는 질문도 던졌는데 답이 없자 결국 주변에서 "고스톱 치려고"라는 조소가 나왔다. 재차 질문이 나오자 이 의원은 "저쪽에서 몰려오면 우리도 몰려가고…눈치보고 하겠죠"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