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쟁점 법안인 ‘미디어 법’을 놓고 민주당과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유력대선주자이자 전 대표까지 역임했던 박근혜 의원이 “가능한 한(야당과) 합의해서 하면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해서 또 한번 한나라당과 국민에게 야릇한 충격을 주고 있다. 네티즌들이 박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인가 민주당 소속인가 비아냥거리고 있을 정도다.

    박 전 대표는 ‘반드시 이번 회기 내에 언론관계법을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긍정적 태도를 보임으로서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추진하려던 한나라당 입장과 큰 차이를 보였다.

    당의 입장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박근혜식 ‘미디어 법’은 자칫하면 한나라당의 두 모습을 격발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의원 발언에 얼씨구 좋다고 춤을 출 사람은 두말할 나위없이 좌편향 정당인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과 박근혜 근위정당인 친박연대다.

    한나라당 미디어법안은 한나라당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중요한 쟁점법안이다. 지난 10년간의 좌파 정권하에서 정략적으로 다듬어지고 만들어진 기존 ‘미디어’ 관련 법안은 온통 친북좌익이념 집권이 용이하도록 구조적으로 기득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유 민주 자본주의 대한민국 발전에 걸 맞는 한나라당 미디어법안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꼭 통과되어야 할 중요한 법안이었다. 박 전 대표가 야당인 민주당과는 합의가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불능상황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켰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한마디 던진 것은 다시 말해서 ‘한나라당 미디어법안’자체를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과거에 만들어진 현 방송시스템을 고수하고 이에 더해 좌파정권 10년동안에 다듬고 만들어진 ‘언론 관련법’을 고수하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집권을 꿈꾸기 때문이다. 조작 방송 덕분에 대통령이 된 노무현은 과거에 “방송이 없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고 실토한 적이 있음을 상기해 봐야 한다.

    당 대표까지 지냈고, 한나라당 대선예비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의원의 여야합의 운운발언은 한나라당 당인으로서 다소 ‘오버’한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박 의원이 툭 던진 한마디에 한나라당은 당황해 하고 있다. 그만큼 박 의원의 ‘파워’가 막강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차기 대통령 후보 1순위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박근혜 미디어법안 제동으로 한나라당은 일정 부분 판단정지 상태에 직면했다. 친박연대가 한나라당과 엇박자를 내며 역주행하고 있다는 언론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번 박 의원의 ‘미디어 관련법안’ 여야 합의 운운 발언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려고 노심초사하는 이명박 정부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야당인 친북성향 민주당과 이에 동조한 친박연대 그리고 친북좌익 민노당의 연합전선에 맞선 한나라당의 결연한 전선에 박 의원의 미디어법안에 대한 급제동 때문에 이상기류가 생길 수 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이 제안한 미디어법안의 조정 합의과정을 곤혹스럽게 지나는 동안에는 침묵하다가 마지막 법안통과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갑자기 가장 원론적인 발언, 예컨대 ‘가급적 여야 합의해야’라는 식의 파상적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정략적이라는 것이다.

    차라리 박 의원이 법안상정 조차 방해하는 무법정당인 민주당에 대해 의회주의 원칙 입장에서 한마디 꾸짖었더라면 그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더욱이 전 한나라당 대표 입장에서는 한나라당 단합을 촉구하며 반의회주의 길을 가고 있는 ‘해머’ ‘줄톱’ 민주당을 나무랬어야 할 입장이 아닐까.

    국회의 법안이란 법 절차에 따라 상정돼야하고 상정된 의안은 토론을 거쳐 결국은 다수결로 표결돼야 하는 것이 민주국회 원칙이다. 결코 합의하지 않겠다는 소수당 민주당과 어떻게 합의해서 처리하란 말인지 참으로 답답한 지경이다. 합의가 되지 않고 될 수도 없는 쟁점법안을 ‘합의해서 처리했으면’ 이라고 발언한 박 의원의 모습에서 민주주의 의회 원칙이 무엇인가를 다시 되새김해 볼 필요를 느낀다.

    진정한 지도자는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비록 야당이나 그 지지자들로부터 욕을 먹고 또 표가 깎일지라도 소속 당에 힘을 보탤 것은 당연히 보태야 하며 정정당당하게 정치전면에 나서서 소속당이 고시하는 명제에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나가는 데 힘을 보태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모호한 말은 원래 경구(警句)나 신(神)의 계시문구에 주로 사용된다. 예컨대 ‘너 자신을 알라’든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라든가 하는 말들은 애매모호하다. 박 의원은 말 한마디로서 ‘훈수정치’나 ‘심판정치’ 하기에 아직은 때가 아닌 위치임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공을 더 깊고 높게 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