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진보세력 연구 ⓒ 뉴데일리
    ▲ 한국 진보세력 연구 ⓒ 뉴데일리

    원로언론인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이 한국의 진보세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본격 연구서‘한국 진보세력 연구’를 출간했다. 지난 2005년 ‘한국 진보세력 연구’를 낸 지 햇수로 4년 만이다.
    지은이는 해방 후 현재까지 60여 년 동안 한국 진보세력이 걸어온 발자취를 시대별로 추적하고 인맥, 사상, 이념, 그리고 활동의 상호 차이 등을 규명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의 진보세력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진보좌파 정당과 정치인들 뿐 아니라 좌파급진단체들과 각종 비밀서클 및 지하조직들, 그리고 여러 갈래의 진보적 지식인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3년여 간의 집필 끝에 발간한 이 책은 장기간에 걸쳐 문헌연구와 관련자 면담 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와 1950년대 말부터는 저자가 저널리스트로서 직접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은이는 책에서 포괄적 의미의 ‘진보’ 개념을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분류를 담았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말하는 전통적 의미의 진보세력, 즉 체제변혁 세력들뿐 아니라 복지와 분배를 강조하는 여러 갈래의 진보표방 개혁세력들도 연구에 포함됐다.
    박헌영의 조선공산당과 남로당 및 여운영의 조선인민당과 근로인민당, 조봉암의 진보당 및 현재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당 등 여러 갈래의 좌파정당과 함께 한국적 ‘제3의 길’을 추구한 김대중과‘유연한 진보’노선을 내건 노무현 정부도 분석대상이 됐다.

    지은이는 특히 진보진영에 대한 북한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의 NL(민족해방)파 중 일부가 80년대의 민주화운동과정에서 북측의 지도 또는 영향을 받아 이념면에서 남조선해방노선에 동조하게 된 것이 북측을 추종하게 된 배경이라고 지은이는 분석한다. 해방정국에서 박헌영과 여운형 등 구세대 1기가 코민테른노선에 충실한 나머지 소련군 당국과 김일성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면서 독자성을 상실한 것과 비슷하다는 결론이다.

    “한국 진보세력의 과제는 더 이상 사회주의 사회의 도래를 꿈꾸는 낡은 진보사관이나 어떤 통일도 좋다는 식의 맹목적 민족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은이는 “새로운 시대적 조류에 적응할 수 있는 진보적 대안, 특히 성장과 분배, 세계화와 개방에 대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책에서 촉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진보세력은 그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보다 좋은 사회 건설’이라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음은 물론, 정치의 주류에 끼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곁들인다.

    해방 직후부터 현재까지 활동해 온 유명 무명의 진보좌파 인사 2000여 명이 등장해 진보인맥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이자 진보인사 인명사전이기도 하다.
    청미디어 펴냄, 721쪽, 3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