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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1948년에 출범한 대한민국은 그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온갖 정성을 다 쏟았습니다. 해방이 되고 정부가 수립되기까지의 혼란기에도, 6·25가 터지던 그 날까지도, 심지어 전쟁 중에도, 60년 가까이 끌어온 휴전 중에도, 대한민국의 지상의 과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꾸는 일이었습니다.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고 이 틀 안에서 조국의 살림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날마다 소란스러울까 - 그 까닭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그 까닭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나는 북의 김정일이 백성을 굶겨가면서 큰돈 들여 핵무기를 개발하고 그 실험을 감행하는 꼴을 보다 못해, “저자가 미친개가 아니냐”고 한마디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은 어김없이 나와 동감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내가 매일 올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뜻하지 않은 험하고 사나운 댓글들이 불을 뿜는 것입니다. “어찌 감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미친개’라고 불렀느냐, 가만 둘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친놈”이라고 해도 될 걸 “미친개”라고 한 것은 내 잘못일지 모릅니다. 왜 그런가 하면, 개를 사랑하는 애견가들은 내가 김 가를 개에 비유한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겁니다. “개가 뭐가 잘못되었기에 김정일 같은 놈에게 비유합니까” “미친개”라고 하였으니 다소 위안이 되기는 합니다마는 나는 “미친개”라는 한마디 발언으로 김정일 추종자들과 애견가들의 동시 공격을 면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절대시하는 대한민국 땅의 이 얼간망둥이들은 놈들을 “종북파”라고 하면 화를 내면서 “우리는 평화주의자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김대중 “선생”이 한반도에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준 위대한 지도자라는 것입니다. 놈들은 김정일에게 핵무기가 있는 것은 남한에 사는 우리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의 제국주의자들을 겁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 자랑스러울 뿐 아니라 통일이 되면 다 우리 것이 아니냐는, 진실로 허무맹랑하고 위험천만한 발상으로 일관하는 것입니다.
이자들은 대한민국이 망하고 한반도가 김정일 세상이 되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의 “미친개”를 닮은 “미친개”가 남쪽 나라에도 우글우글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밤낮 시끄럽기만 하고 되는 일이 없다는 결론에 다달았습니다. “미친개 소탕전”이 언제, 어떻게 시작돼야 할지를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 “소탕전”없이 대한민국의 번영과 민주적 남북통일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