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히말라야의 한 높은 봉오리, 해발 8126m의 낭가파르바트 등정에 성공한 여류 등산가 고미영 씨가 악천후 때문에 하산 길에 추락, 사망하였다는 소식은 많은 한국인들의 가슴에 큰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는 이런 비극적 종말을 예감하고서 떠난 산행이었으리라고 믿습니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큰일이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산에 오르는 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고미영의 동지, 선배와 후배들이, 히말라야에서, 킬리만쟈로에서, 알프스에서, 록키에서, 레이니어에서, 수없이 젊음을 불태우고 그 꿈 때문에 고귀한 목숨을 버렸습니다. 고상돈도 그런 사람이고 고미영도 그런 사람입니다. 이들의 가슴속에는 대한민국의 고귀한 정신과 불굴의 투혼이 살아 숨 쉬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들을 생각하면 한국인으로 태어난 사실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농성을 풀고 국회에 등원한다는 기사가 함께 신문 1면에 실려 있었습니다. 너무나 대조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등원”과 “등반”이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기는 하지만, 고미영의 “등반”의 고상함과 장엄함에 비하면, 지난달 23일부터 국회본회의장 앞에서 농성을 벌여 왔던 민주당 강경파들이 농성을 풀고 “등원”을 결심하였다니 얼마나 너절하고 지저분한 결단입니까.
본받을 것은 본받아야죠. 한 가냘픈 여성의 가슴속의 꿈과 “10만 선량들”의 가슴속의 꿈이, 빛에 있어서나 질에 있어서나, 너무나 차이가 많다고 느끼며 분노를 금치 못합니다. 국회의원들은, 큰 감투 쓴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꿈을 안고 사는 사람들입니까. 누구를 위해 상식에 벗어난 극한투쟁을 일삼는 것입니까.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겁니까. 파벌의 득세를 위한 겁니까. 대한민국 자체가 하루속히 무너지고, 김정일의 새 세상이 빨리 되기를 바라는 겁니까.
대한민국이 국민의 혈세를 거두어서 다달이 지급하는 세비를 넉살좋게 받아 먹으면서, 대한민국의 붕괴를 획책하고 있다는 자체가 용서 못 받을 큰 죄악이 아닙니까. 민주주의의 기수가 돼야 할 사람들이 비밀리에 또는 공개적으로, 북을 두둔하고 적화통일을 획책하고 있다면 “인면수심”이라는 한마디가 떠오를 뿐입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데, 도대체 “노무현 정신”이 어떤 정신인지 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주세요.
“독재자 이명박을 타도하자”고 떠드는 자도 있는데, 도대체 이명박의 관상을 가지고 어떻게 독재를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독재를 하려면 스탈린이나 히틀러처럼은 생겼어야죠. 헛소리들 마시고, 고미영의 고결한 정신 앞에 고개를 숙이며, 그가 “등반”하던 정신으로 “등원”을 하세요. 나라를 위하여 한마디 충고를 하는 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