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해방이 되고 소련의 절대적 지원하에 조선공산당(노동당)이 38 이북의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평양시내의 거의 모든 벽에는 “김구·이승만을 타도하자”라는 구호가 큰 글자로 적혀 있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김구가 김규식과 함께 남북협상을 하기 위해 평양에 갔을 때 김구의 이름은 자취를 감추고 “이승만을 타도하자”는 구호만이 남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승만도 김구도 다 대단한 민족의 지도자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김일성 일당이 이를 갈며 김구·이승만의 타도를 부르짖었을 것 아닙니까. 같은 시대를 살면서 나 개인이 느낀 사실은, 장면이나 윤보선이나 이기붕 같은 정객들은 국가의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큰 재목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반면에 신익희·조병옥은 확실히 거물이었습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그 두 사람을 불러다 놓고 “내가 죽으면 자네들이 맡아서 나라를 끌고 나가야 해”라고 한 마디 당부를 하였더라면, 그리고 살아서 그들에게 정권을 이양하였더라면, 3·15 부정선거는 불필요한 것이 되었을 것입니다.

    박정희는 다부지고 단단한 지도자였지만 포용력이 없었습니다. 김대중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지만 호남의 “신”이 되어 사리판단이 교만 때문에 흐려졌습니다. 이 나라에는 오늘 왜 이렇게도 인물이 없습니까. 서로 잡아먹다 보니 이 꼴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나의 기도는 한 마디 뿐입니다. “하나님, 이 땅에 모세와 같은 지도자를 한 사람 보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