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40도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선조 때의 걸출 문장가 백호 임제가 이렇게 읊었다고 전해집니다. “북천이 맑다커늘 우장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가 하노라” (북쪽 하늘이 맑다고 하기에 우장없이 길을 나섰더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 내린다. 오늘은 찬비를 맞았으니 얼어서 잘 수밖에 없겠구나)

    지난 9일 시청 앞을 지나다가 비 내리는 잔디밭에 한 20여명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 사람들은 왜 비가 쏟아지는데 비를 맞으며 저러고 앉아 있는가. 그 뒤에 플랙카드가 한 줄 보이는데 “광장 없이 민주 없다! 서울광장 열어라!”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잔디밭에 비를 맞고 앉아 있는 인사들이 모두 민주당 소속 국회위원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광장 없이 민주 없다”는 슬로건의 “민주”는 민주당이라는 야당을 말하는 겁니까. 민주당은 광장이 없이는 정치를 못하겠다는 말입니까. 그렇다면 광장이 시청 앞에 밖에는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꼭 시청 앞 광장에서만 민주정치가 가능하다는 겁니까.

    전국구 비례대표도 더러 있겠지만 10만 정도의 납세자가 한 사람의 국회의원을 뽑는다고 하는데 30명이면 300만입니다. 300만이 찬비 맞고 얼어서 자리에 든다면 이것이야말로 광우병보다 수십 배 수백 배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 되는 겁니다. 감기 심하게 들기 전에 모두 집에 가서 따뜻한 잠을 자도록 하세요. 제발 부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