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 형식으로 쓰여진 매일신문 칼럼과 노 전 대통령 부부의 가상 대화가 나오는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이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두 칼럼은 모두 '가상'이라는 전제를 하며 우회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1일 대구매일신문 수암칼럼에 '천국서 보내는 두번째 유언'이라는 글을 올린 김정길 명예주필은 "(노 전 대통령이) 어쩌면 하늘나라에서 남은 우리에게 두번째 유언처럼 당부의 말을 쓴다면 이렇게 써 보냈을지 모른다"며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을 시작했다.

    김 주필이 쓴 유언에서 노 전 대통령은 "나는 영웅이 아니다. 방송이나 인터넷은 더이상 나를 마치 희생당한 영웅인 양 그리지 말아 달라. 겸손이 아니다. 나는 나를 사랑한 노사모와 아끼고 믿어준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에서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9일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사과하라"며 난동을 부렸던 민주당 백원우 의원을 향해서 노 전 대통령은 "자네 같은 친구를 비서로 썼던 내가 부끄럽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김 주필은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나의 반쪽이라면서 "나도 똑같이 (자살)했을 것"이라고 한 것은 큰 지도자가 할 말씀이 아니었다. 천국에 와 보니 그런 말씀은 결코 위로가 아니며 화합을 깨고 분열을 부추기는 선동이란 생각이 들 뿐이다"고 했다.

  • ▲ '매일신문' 김정길 명예주필이 쓴 칼럼. 논란이 확산되자 이 글은 지난 3일 삭제됐다.
    ▲ '매일신문' 김정길 명예주필이 쓴 칼럼. 논란이 확산되자 이 글은 지난 3일 삭제됐다.

    칼럼을 접한 노 전 대통령 지지 네티즌들은 격렬하게 항의했고 매일신문은 3일 해당 칼럼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이 칼럼을 커뮤니티 사이트로 확산시켜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친노 네티즌들은 한 사이트에서 이 글을 접한 뒤 "고인을 희롱하고 조롱하다니, 이런 싸가지" "미친 싸이코" "읽다가 (화나)죽을뻔 했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달 3일 노 전 대통령 부부의 가상대화를 실은 경향신문 유인화 문화1부장의 '아내 핑계 대는 남편들' 데스크칼럼에도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유 부장은 칼럼에서 여자와 남자를 구분해 대화를 쓰고 "연극공연용으로 적어본 대사"라고 설명했다.

    이 칼럼은 권양숙 여사에 비유된 여자가 먼저 "당신 구속안되겠지? 다른 대통령들은 2000억원 넘게 챙기던데, 우린 80억원도 안되잖아요. 고생하는 아들에게 엄마가 돈 좀 보낸건데. 지들은 자식없나. 지들은 돈 안받았어"라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여자가 "우리 그 돈 어디다 썼는지 끝까지 말하지 맙시다. 우리가 말 안해도 국민들이 다 알텐데 뭘"이라고 하자 노 전 대통령에 비유된 남자는 "걱정마. 내가 막무가내로 떼쓰는 초딩화법의 달인이잖아. 초지일관 당신이 돈 받아서 쓴 걸 몰랐다고 할테니까 소나기만 피하자고. 국민들, 금방 잊어버려"라고 답한다.

    유 부장은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남편들, 걸핏하면 아내 핑계를 댄다"며 "더이상 어머니를 피해자로 만들지 말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친노 네티즌은 가상대사에만 집중, 좌파 성향 매체인 경향신문에 '너마저…'라며 허탈함과 배신감을 드러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 글을 접한 친노 네티즌은 "천박하다" "너의 이름은 배신자" "분노가 치솟는다" "너무 실망스럽다"는 등 반감을 드러냈다. 또 이들은 "눈 앞의 적인 조중동보다 너희가 더 찌라시스럽다" "같은 편의 저런 기사에 노통이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노 전 대통령을 모독하다니 말이 안나온다"고 흥분했다.

  • ▲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려진 유인화 문화1부장의 '아침을 열며' 데스크칼럼 밑에 달린 댓글.
    ▲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려진 유인화 문화1부장의 '아침을 열며' 데스크칼럼 밑에 달린 댓글.

     

    다음은 매일신문 김정길  명예주필 글 전문

    ※ ´천국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 칼럼

    國民葬(국민장)이 끝났다. 그리고 그(노무현)도 떠났다. 그의 혼령이 있다면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자신의 죽음을 슬퍼해준 모습을 보면서 어떤 감회에 젖었을까. 어쩌면 하늘나라에서 남은 우리에게 두 번째 유언처럼 당부의 말을 쓴다면 이렇게 써 보냈을지 모른다.“국민 여러분, 못난 저를 위해 울어주고 꽃을 뿌려주신 연민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대통령 노릇도 부족했고 修身齊家(수신제가)도 제대로 못 하고, 나라와 국민 여러분께 번듯하게 남겨 드린 것도 없는 저에게 국민장까지 치러준 배려 또한 고맙습니다.

    요 며칠 새 저는 천국에서 만난 많은 분들의 말씀과 위로를 들으며 문득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깨우치게도 됩니다. 권위주의를 깨고 개혁을 위해 애썼다는 칭찬도 들었습니다. 방송들이 고맙게도 저의 모자란 모습들을 좋은 모습으로 비쳐 보여주신 건 감사하지만 저는 천국에 와서 제 자신의 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저의 죽음은 왜적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 이순신 장군의 호국의 죽음도 아니고 질병의 고통 속에서도 한글을 창제하다 병고로 쓰러지신 세종대왕의 愛民(애민)의 죽음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토록 슬퍼해주신 사랑, 가슴 아리도록 고마울 뿐입니다. 방송이나 인터넷은 더 이상 저를 마치 희생당한 영웅인 양 그리지 말아 주십시오. 겸손이 아닙니다. 저는 저를 사랑한 노사모와 아끼고 믿어준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에서 당부하고 싶습니다.

    외국인과 해외 TV가 중계되는 영결식장 앞에서 현직 대통령에게 고함을 지른 나의 옛 비서에게도 당부합니다. ‘자네 같은 친구를 비서로 썼던 내가 부끄럽다’고….국민장이 끝났음에도 광화문에 분향소를 고집하고 곡괭이와 각목으로 국가경찰을 치는 분들, 그리고 ‘책임을 묻겠다’며 법무장관, 검찰총장 사퇴를 떠드는 민주당 후배들에게도 저는 충고하고 싶습니다. 이 나라는 법치국가고 두 사람은 법치와 공권력을 지키기 위해 전직 대통령이었던 저까지 의혹이 있나 없나 수사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런 용기와 원칙적 자세는 칭찬하면 했지 탓할 일이 아닙니다. 본분을 다한 공직자에게 무슨 ‘책임’을 묻겠다는 겁니까?

    저와 가족을 위해 울어주신 DJ 님께도 한 말씀 드립니다. 저의 반쪽이라시면서 ‘나도 똑같이 했을(자살) 것이다’고 하신 것은 큰 지도자가 할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천국에 와 보니 그런 말씀은 저에겐 결코 위로가 아닌 화합을 깨고 분열을 부추기는 선동이란 생각이 들 뿐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 딸아, 검찰이 내 처지를 감안해 행여 수사를 중단하더라도 이 아비 모르게 미국 땅에 계약서 찢었다는 아파트 얻어 둔 게 정말 있다면 끝까지 되돌려 주거라. 그것이 우리 집안과 이 아버지의 남은 자존심을 지켜주는 길이다. 그리고 엄마랑 함께 대우 南(남) 사장 유족을 찾아가 나 대신 위로와 사죄를 전하거라 그게 사람사는 도리였다. 그리고 이광재, 이강철, 자네들은 喪主(상주)도 아니면서 감옥에서 참회하며 기도나 하고 있지 구속집행정지 신청은 왜 해서 TV 앞에 얼굴을 치 들고 다녔나? 자네들을 풀어준 MB도 고맙거나 인자하다는 생각보다는 겁먹은 것 같은 유약함과 법 정신의 원칙을 허무는 것 같아 앞날이 걱정스럽네.

    이 대통령이 배짱 하나는 나에게 배워야겠다는 생각마저 드네. 일부 전교조 여러분도 이젠 교실로 돌아가십시오. 장례 끝난 밤거리에서 촛불들 시간에 북 핵 안보교육이나 더 시켜주십시오. 민노총, 화물연대 여러분도 힘들지만 참으십시오. 북핵이 난리인 이때 여러분의 손에는 아직 만장깃발이나 촛불 대신 工具(공구)와 핸들이 쥐어져야 합니다. 오늘의 양보와 희생은 언젠가 나라와 국민이 모아서 갚아주실 것이고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들이 저를 사랑하신다면 천국에서 보내는 저의 두 번째 유언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고맙고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