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거행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 헌화하고 분향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거행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 헌화하고 분향했다. ⓒ 연합뉴스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 29일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엄숙히 거행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도중 맨 앞줄에 앉아있던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뛰쳐나오며 이같이 소리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백 의원은 즉각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했고 노 전 대통령 유족과 친노 인사들이 위치했던 자리에서는 술렁이는 소란이 잠시 벌어졌다. 한 참석자는 이 과정에서 "노무현 살려내라"는 고함과 "개XX" 같은 욕설도 나왔다고 전했다. 

    백 의원은 이광재 의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의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과 나란히 자리했었다. 백 의원의 소동이 벌어질 때 강 회장은 통곡했으며, 인근에서 고성과 비명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다가와 소란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 사이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는 큰 동요없이 헌화대 앞으로 걸어가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유족이 있던 자리로 가 고개 숙여 인사했고 권 여사는 목례로 답한 뒤 고개를 떨궜다.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는 시선을 외면했으며 유족들은 모두 제자리에 가만히 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딸 정연씨도 냉랭한 분위기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맞는 노 전 대통령 유족의 태도는 달랐다. 이들은 김 전 대통령이 헌화 후 인사하자 모두 일어서서 악수하며 답례했다.

    조총 발사로 공식 행사가 끝난 뒤 한 전 총리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함께 이 대통령 앞에 다가가 뭐라고 이야기했고, 이 대통령은 고개와 손을 내저으며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백 의원의 소동에 대한 사과가 있었으며, 이에 이 대통령이 '괜찮다'는 뜻을 밝힌 것 같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영결식 내내 굳게 입을 다문 채 경건한 표정으로 임했던 이 대통령 내외는 노 전 대통령 운구차와 유족들이 경복궁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한동안 선 채로 지켜봤다. 앞서 행사 시작 5분전쯤 영결식장에 입장한 이 대통령 내외는 착석 한 뒤 눈을 감고 잠시 묵상하는 모습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