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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21일 의원총회를 열어 신임 원내대표에 4선의 안상수 의원을, 정책위 의장에 안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3선의 김성조 의원을 선출했다. 안상수·김성조 의원 조는 친이(親李) 진영의 지지를 받았고, 친박(親朴) 측 지지를 받은 황우여·최경환 의원 조는 결선투표에서 패했다.
이번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은 4·29 재·보선 참패 후 당 안팎에서 각종 쇄신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친이·친박 간 갈등이 다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불거진 상황에서 치러졌다. 이번 경선을 통해 친이 주류는 여전히 당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주류는 이미 박희태 당 대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고 당 안팎의 '인적 쇄신' 요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친이 진영이 원내대표 경선 승리를 당 운영에 관한 일방 통행증을 받아 든 것으로 해석하면 한나라당 내 갈등은 손쓰기 힘들게 위험한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어느 정당이든 주류가 일류로 평가받으려면 비주류를 끌어안고 당 화합을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비주류와 대결하고 수(數)의 힘을 앞세워 승리하는 데만 급급한 주류는 삼류에 불과하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으로 친이·친박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친이 측이 제안했던 '친박 인사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뿌리쳤던 친박 측은 막판에 뛰어든 원내대표 경선에서 완패하면서 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지도 모른다. 친이 주류는 이제 이런 친박 측과의 계파 갈등을 풀어야 할 1차적 책임을 다시 떠안게 됐다.
한나라당은 4·29 재·보선에서 전패(全敗)했다. 재·보선 이후 당 안팎에서 "여권의 국정 운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10월로 예정된 재·보선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할 것"이라며 각종 쇄신 주장이 쏟아졌다. 친이 주류는 왜 이런 주장이 나왔으며 그 주장은 타당한지, 앞으로 당과 국정에서 수용할 것은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짚어봐야 한다. 한나라당 내의 병(病)이 심상치 않다는 진단이 맞는데도 환부(患部)를 덮어둔 채 현상유지의 길을 간다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
<5월22일자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