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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결과를 보면 참담하다"
21일 오후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가 끝난 뒤 황우여 의원의 정책위의장 파트너로 나온 최경환 의원이 2차 투표 전 정견발표에서 한 말이다. 그는 1차 투표 뒤 작심한 듯 이렇게 소리쳤다. 불만 가득한 모습이었다. 안상수-김성조 후보와의 표차는 컸고 사실상 승부는 갈린 상황이었다.
친박계 핵심인 자신에 대한 지지가 이명박 박근혜 양 진영간 화합 수단임을 강조해왔는데 이명박계 의원들의 표심이 주류인 안상수-김성조 후보로 쏠리자 최 의원은 "정말 한나라당에 미래가 있느냐"고 소리쳤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런 투표 결과로는 국민에게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재보선과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도 금방 돌아올텐데… 1차 투표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했든안했든 누가 오더 내리고 하는 것은…"이라며 불만을 쏟았다. 최 의원은 "갑작스런 출마로 '보이지 않는 손'이란 음모론까지 나왔는데 (내 출마가) 왜곡되는 것을 보고 가슴 아팠다"고도 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은 없고 음모도 정말 없다"고 거듭 강조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지칭한다는 게 당의 분위기다. 최 의원의 출마가 이 전 부의장에 의해 이뤄진 것이란 설이 퍼졌고, 이로 인해 약체로 분류됐던 황우여 의원이 급부상했던 게 사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엊그제까지 황 의원에게 분위기가 확실히 쏠렸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출마하라고 해 놓고 떨어뜨리면 되겠느냐"고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는 투표 전날 밤 부터 달라졌다는 게 양 진영의 공통된 얘기다. 경선 바로 전 "이 전 부의장이 발을 뺐다"는 말이 돌았고 "황 의원에서 안상수 의원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는 설이 급속히 퍼졌다.
그래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두고 당 안팎에선 "보이지 않는 손에 뺨 맞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최 의원은 이날 정견발표에서 격하게 반응했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으로 자신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는 판단에서다. 1차 투표 뒤 "계파색이 더 두드러졌다"는 그의 불만과 "참담하다. 정말 미래가 있느냐"는 경고는 향후 이명박 박근혜 양 진영 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친박 진영은 "더 멀어지게 됐다"고 반응했다.
한편 보이지 않는 손의 '장본인' 이 전 부의장은 투표 결과를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이동했다. 1차 투표 과정에서 이 전 부의장과 박 전 대표와 잠시 마주쳤으나 "아이구"(이상득), "어디가세요?"(박근혜)가 두 사람이 대화의 전부였다. 이 전 부의장은 곧바로 자리를 피했다. 두 사람은 경선장에서도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