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2회 칸 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아 24일 폐막을 향해 가고 있다.
    8일째인 20일(현지시간)까지 경쟁작 20편 가운데 14편의 상영을 마친 올해 영화제는 세계적인 불황과 신종 플루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어느 해보다 화려한 경쟁작 라인업에 기대를 걸고 출발했다.
    그러나 기대가 지나쳤던 탓인지 지금까지 뚜껑을 연 거장들의 작품들은 그 명성에 걸맞은 호평을 받지 못하며 황금종려상의 향방을 안갯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장르 영화가 강세를 보인 올해 출품작들은 평단의 박수보다는 논란을 몰고 왔으며 마켓 역시 불황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황금종려상 향배는 = '보물섬'이라고 불릴 만큼 어느 하나 만만하게 볼 작품이 없었던 올해 경쟁 부문이지만 최대 관심사인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독보적인 후보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감독 4명이 포함되는 등 역대 최고의 라인업이 무색할 만큼 반응이 미지근하다.
    현재 평점 순으로는 프랑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언자'가 4점 만점에 3.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가운데 제인 캠피온의 '브라이트 스타' 3.3점, 켄 로치의 '루킹 포 에릭'(2.9점) 등이 뒤를 잇고 있지만 전작을 뛰어넘지 못한 평작들이라는 게 중론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브로큰 임브레이시스'와 리안의 '테이킹 우드스톡' 역시 개막 전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20일 공개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와 앞서 공개된 박찬욱의 '박쥐'의 수상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논란의 경쟁작들
    장르 영화가 봇물을 이룬 올해 경쟁작들은 과도한 폭력과 노출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엇갈린 반응을 받고 있기도 하다.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 크라이스트'는 충격적인 영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적나라한 성기 노출 등으로 상영 도중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고 르 필름 프랑세의 평점에서 0점이 여러 표 나오는 등 극단적인 반응을 얻었다.
    로예(婁燁)의 '스프링 피버' 역시 동성애 정사 장면 등으로 논란이 됐고 두치펑(두기봉ㆍ杜琪峰)의 '복수(Vengeance)', 필리핀 브리얀테 멘도사의 '키너테이(Kinatay), 쿠엔틴 타란티노의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는 과도한 폭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초반 공개된 '박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부에서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라는 소재에 반감을 표하며 상영 도중 구토 증세를 보인 관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아시아 영화 약진
    할리우드가 주춤한 올해 영화제에서는 아시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편의 장편 경쟁 부문 초청작 중 '박쥐'를 비롯해 6편에 이르는 숫자가 대변하듯 아시아 영화의 달라진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서유럽권 영화가 여느 해와 같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반면 동유럽과 아프리카, 미국 영화들은 약세를 보였다. 미국 영화는 타란티노 감독의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가 유일하다.
    이에 대해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아시아 영화가 6편이나 포함된 것은 세계 영화계의 판도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칸 영화제는 최근 한발 한발 아시아에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찬욱 감독은 "아시아에서 좋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음을 세계가 발견하고 있으며 아시아 영화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라며 "이런 반응은 아시아가 더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한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 속 위축된 마켓
    칸 영화제와 동시에 열리고 있는 영화 마켓은 애초 세계적인 불황으로 최악의 상황이 예상됐다. 경제 위기로 영화 구매력이 낮아지면서 마켓 참가자와 거래도 20-30% 감소했다는 분석도 전해졌다. 실제로 마켓은 바이어로 북적거리던 예년과 달리 한산한 모습 속에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이런 침체 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은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은 '박쥐'와 '마더'의 수출과 함께 '7급 공무원'이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10개국에 판매되는 등 수출 소식이 이어졌다.
    한편 영화제와 함께 마무리 단계에 놓인 올해 마켓은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최악의 사태는 면한 분위기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20일 "애초 예상과 달리 최악의 결과는 면한 듯하다"며 "꾸준히 거래가 진행되면서 큰 성공은 아니지만 아주 실망스러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칸<프랑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