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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뉴민주당 비전위원회'는 17일 "민주당은 기존의 관성에 머물러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며 "민주당의 정책·전략·조직을 현대화시켜 당을 재창조하자"는 내용의 '뉴민주당 선언 초안'을 발표했다. 뉴민주당 비전위원회는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잇따라 참패한 민주당이 새로운 당의 비전과 진로(進路)를 찾자는 취지에서 작년 10월 만든 당 공식 기구다.
민주당은 선언에서 "21세기엔 과거의 좌파·우파는 낡은 개념"이라며 "민주화 세력이 표방한 가치와 정책 방향은 옳았지만 정책 수단은 유효하지 못했고, 공정한 분배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성장에 대한 목소리는 작았고, 사회적 대타협을 등한시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탈(脫)이념과 당의 현대화'를 내걸었다. 김효석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거듭된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대한 국민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며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새 정치 추구'를 다짐했다. 민주당이 재창당 수준의 '뉴민주당 플랜'을 내놓은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1년 넘게 10%대 중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0%대인 한나라당 지지율의 절반 수준이다. 국민들은 정부·여당에 실망하면서도 아직 민주당을 대안(代案)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4·29 재·보선에서 5곳의 국회의원 선거 중 1곳에서 승리했을 뿐, 당 내분 등이 겹치면서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국회의원 2곳, 시·도의원, 기초의원 선거를 무소속과 민노당 후보에게 내줬다.
민주당은 오는 25일부터 전국을 돌며 '뉴민주당 선언'을 국민에게 알릴 계획이다. 그러나 국민에게 '민주당이 정말 달라졌다'고 확실하게 알리려면, 2주 후 시작되는 6월 국회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국 순회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3선의 이강래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이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선명하고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을 선언했다. 야당이 여당과의 싸움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과거부터 써온 방법이다. 그런데 새 야당 원내대표의 이런 노선이 탈이념·현대화를 표방한 '뉴민주당 플랜'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헷갈린다. 민주당은 최근 공공연하게 "6월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을 표결처리한다"는 내용의 여야 합의를 "상황이 바뀐 만큼 지킬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이 또다시 해머와 전기톱을 들고 국회를 농성장으로 만들면서 입으론 '뉴민주당'을 외친다면 국민이 어떻게 이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