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낭소리' 290만명, '낮술' 2만6천명, '똥파리' 12만명, '소명' 3만명…. 그동안 독립영화계에서는 "1만명 넘으면 흥행, 4만명 넘으면 대박"이라는 말이 정설로 여겨졌다.

    제작비가 아무리 적어도 5000만∼1억원은 되므로 관객수 1만명으로는 손익분기점도 맞출 수 없지만, 지난해 1만명을 넘은 독립영화가 '우린 액션배우다'(1만2000명) 한편에 그칠 정도로 1만명은 넘기 어려운 산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2만명을 넘은 독립영화가 4편이나 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고,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굳이 나누지 않고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이 늘고 있다.

    ◇소 한마리가 끌어당긴 관객들 = 견인차 구실을 한 것은 1월 개봉된 '워낭소리'다. 총제작비 2억원, 7개관 개봉의 전형적인 작은 영화였던 '워낭소리'는 "영화가 감동적이더라"는 입소문 하나로 290만명을 동원, 독립영화 신기록을 세웠다.

    '워낭소리'가 닦아 놓은 길은 예상보다 탄탄했다. 한 소심한 남자의 여행기를 담은 '낮술'은 2월 개봉돼 2만6천명을 모으면서 독립영화의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보여줬고, 4월 '똥파리'는 그에 힘입어 독립영화로는 역대 최다인 58개관에서 출발할 수 있었고 12만명을 돌파, 극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역시 4월 개봉된 기독교 다큐멘터리 '소명'은 '소리 없이 강한' 독립영화의 특성을 보여준다. 개봉 당시에는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고, 고작 1개관에서 개봉됐지만 서서히 관객수를 늘려 6주 만에 3만명을 돌파했다.

    ◇"사라진 선입견" 성공 요인이자 성과 = 독립영화의 잇단 성공은 "영화 자체의 힘이 관객에게 통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독립영화의 양질화, 다양화가 관객을 끌어들인 동력이라는 것.

    '낮술', '똥파리'를 배급한 영화사 진진의 양희순 팀장은 "예전에는 독립영화라고 하면 진중하고 예술성만 강조한 영화들이라는 편견이 많았다"며 "'낮술'은 독립영화로는 새로운 이야기를 담았고 '똥파리' 역시 상업영화 못지않은 스토리와 연기가 갖춰져 있어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독립영화는 지루하다", "독립영화는 어렵다"는 선입견 또는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는 것이야말로 독립영화 흥행 성공의 요인이자 독립영화계가 거둔 성과다.

    '워낭소리'가 농촌의 노인과 소에 관한 부드러운 이야기로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층에게 호소하는 데 성공하자 독립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고, 이는 관객들이 다른 독립영화의 티켓을 주저없이 끊는 데 일조했다.

    양 팀장은 "홍보를 할 때나 언론 보도에나 독립영화라는 점이 분명히 알려져 있는데도 네티즌 리뷰를 보면 누구도 '독립영화인데 이렇더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영화 자체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