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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노동당 국방위원장 귀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미국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를 풀어줬다는 소식을 들었겠지요? 사베리는 기한이 만료된 비자가 찍힌 여권을 갖고 취재활동을 하다가 간첩혐의로 지난 1월 31일 체포됐고, 지난달 18일 이란 법정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어요. 그러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법원에 편지를 보내 재판을 '공정하게' 하도록 촉구했고, 11일 열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풀려났지요.
김 위원장에게 미국 여기자 사베리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두달 전인 지난 3월 17일 압록강 상류 국경지대를 취재하다가 체포된 유나 리(Euna Lee)와 로라 링(Laura Ling) 두 여기자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는 것쯤은 이미 알아차렸겠지요? 이 두 여기자 이야기를 하기 전에 김 위원장에게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소. 김 위원장은 압록강과 두만강 두 강 위의 북·중 국경선이 강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선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나요? 두만강과 압록강 위의 북·중 국경선은 강물이 각각 북한과 중국 땅에 가 닿는 두 개의 평행선으로 이뤄져 있고, 그렇게 정한 이유가 '평화로운 국경지대'이기 때문이라고 선전해왔지요. 그러니까 중국 쪽에서 간 사람은 두만강과 압록강 위를 배를 타고 아무리 북한땅 가까이 다가가도 북한에 입국한 것은 아니며, 강물이 강 언덕에 닿는 선을 넘어야 비로소 입국한 것이라는 점을 김 위원장이 모를 리는 없겠지요.
이란이 미국 여기자 사베리를 풀어준 이야기를 하다가 북·중 국경선 이야기를 지나치게 자세히 하는 이유를 딴 사람들은 몰라도 김 위원장은 이미 깨달았을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유나 리와 로라 링 두 기자를 이제는 풀어주라는 이야기이고,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은 북·중 국경선의 특징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알려 드리고 싶은 것이지요. 탈북자를 취재하겠다고 두만강 근처로 간 미국 기자들이, 압록강 물이 북한땅에 닿는 선을 넘는 일이란 상상하기 쉽지 않거든요. 한쪽 발이 압록강 물속에 담겨 있고, 다른 한쪽 발이 강 언덕 땅을 밟았더라도 아직 입국한 것은 아니지요.
김 위원장이 모를 걸로 생각되는 다른 이야기도 해 드리지요. 1995년인가 중국에 사는 조선족 동포 여인과 미국 국적을 가지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여인이 있었지요. 두 사람 다 40대였는데, 북한 동포들의 비참한 생활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던 여인들이었어요. 조선족 동포 여인은 평양이며 신의주를 드나들며 국수공장을 세워준다, 빵공장을 세워준다면서 동포를 돕겠다고 나섰다가 덜컥 북한 당국에 체포됐지요. 재미교포 여인은 나진에 병원을 세워줘야겠다며 유럽 어느 나라에서 돈을 얻어 나진으로 보내는 일을 하다가 덜컥 체포됐어요. 두 여인 다 모진 고생을 하다가 몇달 뒤에 풀려나서 중국으로 돌아왔지요. 나중에 만나 물어보니 놀랍게도 이 두 여인을 체포하면서 북한의 지방 보위부원들이 한 말은 "너, 서양놈들한테 달러 많이 받아 떼먹고 조금씩 전달하는 거지? 그러면서 슬쩍슬쩍 간첩질했지?"라는 것이었다고 하데요. 김 위원장, 생각해보시오. 정말 그래도 되는 일일까요?
핵을 보유한 강성대국을 지향한다는 북한이라면 오히려 보호해줘야 할 여기자들을 몇달씩이나 붙들어 둔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나요? 김 위원장도 잘 아시지 않소? 북한의 구치소나 감옥의 상태가 어떤지…. 거기에다 여기자를 몇달씩 넣어두면 어떻게 되는지를…. 김 위원장, 당장 풀어주지 못할 무슨 절차라도 남았다면, 김 위원장이 두 여기자가 있는 곳을 찾아가보는 제스처라도 한번 취해, 두 여기자가 안전하다는 걸 온 세상에 알려주는 건 어떻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