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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중국·한국·일본 방문을 마치고 12일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그와 동행했던 성 김 대북특사는 13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관계자를 만났다.
보즈워스 일행의 이번 순방은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킬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보즈워스는 12일 도쿄(東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북 직접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그 시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몇주일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미·북 대화는 북측 반응 여하에 따라 빠르면 6월 16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성사될지도 모른다.
미국은 지금까지도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과 양자(兩者)대화를 이어왔다. 따라서 6자회담 재개를 설득하기 위한 북한과의 직접대화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면서 몇가지 유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오래전부터 대미(對美) 직접 대화를 바라왔던 북한이 일방적으로 6자회담을 거부하고 나간 마당에 미국이 안달이 난 것처럼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른다면 자칫 북한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보상'이 될 우려가 있고 미국의 협상력을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한 정권이 수십년간 미국의 여러 행정부들을 상대해왔지만,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북한의 6자회담 거부가 대북정책의 첫 도전인 만큼 최대한 충분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 북한 정책에 관한 종합적 재검토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대화 의제를 '6자회담 재개'에 국한해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의제는 많지만, 미국이 최우선적으로 풀 과제는 북한의 비핵화 달성이다. 당장은 북한이 작년 10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에게 구두(口頭)로 약속하고도 이후 문서화된 합의가 아니라며 6자회담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검증 시료(試料) 채취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6자회담이 다음 단계로 들어설 경우의 의제 설정을 북한이 미리 논의하자고 나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협의해야 할 일이다.
미국은 특히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북한은 금년 들어 오바마 행정부 출범에 맞추어 여러 새로운 요구들을 내놓았다. 예컨대, 북한의 핵무기 포기에 앞서 미·북 수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거나,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거나,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하라거나, 남한 내 미군 시설에 대한 사찰이 필요하다는 따위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한국의 이해(利害)가 결정적으로 얽힌 문제인 만큼, 한미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