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사우나 회동'은 단순한 '깜짝 행사'를 넘어 한-카자흐 에너지·자원 협력의 큰 틀을 사전 조율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원자력 우라늄 개발, 막연한 구상단계였던 농업 문제 등은 물밑 접촉 단계였는데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이러한 성과는 사우나 회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사우나 회동은 저녁 7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4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대변인은 "사우나 회동에서 사실상 정서적인 공감대가 이미 확보가 돼서 (정상) 회의는 거의 제시간을 다 지켜서 끝났다. 특별히 더 이야기할 게 없었다"면서 "한마디로 '양국 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 ▲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초청한 곳은 대통령궁 인근의 사저 다섯 곳 중 한 곳으로 이 대통령이 외국 정상 가운데 '첫 손님'이었다고 한다. 카자흐 측은 이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마지막 방문지였던 사마르칸트의 일정과 날씨, 온도까지 고려하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때문에 사우나 회동에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취미인 테니스를 함께 할 계획이었으나 이 대통령의 피로도를 감안해 '사우나-수영-사우나' 순으로 결정됐다.

    양 정상은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보드카 폭탄주'도 나눠 마셨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는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와 폭탄주를 마시는데 내가 소개하겠다"며 권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폭탄주를 마시는 것은 '너와 나는 하나'라는 의미"라는 설명을 곁들여 직접 만든 마지막 석잔 째는 '러브샷'으로 우의를 확인했다.

    이 대변인은 △ 발하쉬 화력발전사업, 잠빌 광구 공동개발 사업의 본격 착수 △ 와이브로 도입문제를 비롯 에너지, 도로, 토목 등 중점 프로젝트 협력추진 △ 원자력 우라늄 개발 협력 △ 농업 분야 협력 △ 다양한 문화교류 추진 등 다섯가지로 한-카자흐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를 정리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아스타나 락소스 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갖고 현지 동포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우리 고려인들을 높이 평가하는데 대해 긍지를 갖고 있다"면서 "여러분들이 그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했고, 또 카자흐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고려인 젊은 세대가 이렇게 잘 자라고 신뢰를 받는 것은 선조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생각한다"면서 "젊은 세대는 선조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 아스타나 방문 경험을 소개하며 친근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중앙아시아, 특히 카자흐스탄에 적극 진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양국의 경제협력이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여러분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질서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여러분의 모국은 끊임없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면서 살아가는 나라다. 여러분도 희망을 갖고 모국의 발전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김로만 고려인협회장, 최유리 상원의원 등 고려인 지도자들을 접견, 격려했다. 또 조국수호자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뒤 독립기념관에 전시된 아스타나 신도시계획 마스터플랜 조감도를 시찰하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주최 만찬에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