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 재보선 참패가 이명박 대통령,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예상치 못한 큰 짐을 안겼다.

    친이-친박 양 진영의 불신과 불만은 더 커졌다. 이들의 '화합'으로 재보선 참패를 돌파하려던 박 대표의 계획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희룡 의원이 주도할 '당 쇄신'작업은 당을 더 큰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을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은 공개회의 조차 열지 못할 만큼 공황상태에 빠졌고 박 대표는 계획했던 해외 출장도 연기했다. 위기감은 이미 당 깊숙히 스며들어 사무처 직원들까지도 일손을 못잡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분당'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현재로선 마땅한 수습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다시 공을 받은 당 주류 측도 고민이 크다. 그러나 수습책 마련 만큼 여권의 '분열'역시 가늠하기 어렵다. 

    당 주류 측에선 박 전 대표의 메시지를 듣고 '갈라서자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쏟고 있지만 정작 박 전 대표 진영에선 "왜 갈라서느냐"고 손사래를 친다. 친박 진영에서 지금 분당할 생각은 없다.

    사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나온 지는 꽤 됐다. 일부 친박진영에서도 이 카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친이 진영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역시 이 카드를 반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부산 지역 친박 의원들과 골프회동에서는 친박 진영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친이 정책위의장'카드를 이 전 부의장에게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이 전 부의장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무르익던 카드였다. 이런 배경에는 박 전 대표가 마냥 당 일을 불구경 하듯 보고만 있기엔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읽힌다. 이번 재보선에서 뒷짐을 지고 있었지만 선거 참패 뒤 박 전 대표 진영에서도 "10월에는 박 전 대표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 그래서 선거 뒤 박 대표가 '김무성 카드'를 꺼냈을 때 친박 진영 내부에선 고민이 컸다. 떨떠름 하지만 무조건 내치기도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입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그가 입장 정리를 빨리하면서 '김무성 카드'에 긍정적이던 일부 친박 진영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영남의 일부 친박 의원들의 경우 이번 '김무성 카드'에 "받을 만 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이던 홍사덕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괜찮은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김성조 의원도 "성사만 된다면 당 단합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유기준 의원 역시 "긍정적인 카드로 본다"고 답했다.

    이렇듯 양 진영 모두 '화합'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갈등과 충돌이 계속 반복될 경우 양 진영 모두에게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 그래서 이번에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 당 상임고문단에서 나왔다. 두 사람이 열쇠를 쥔 것은 맞지만 현재로선 만날 가능성은 낮다. 이 대통령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불만이 매우 크다. 자신과 이 대통령의  비공개 회동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굉장히 불쾌해 하고,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게 측근들이 전한 그의 현 심경이다. 더구나 '화합'의 방법론을 두고 양 진영의 이견차가 크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만날 때 마다 갈등이 더 깊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그리고 박 대표 세 사람이 이 짐들을 어떻게 덜어낼 지, 덜어낼 수 있을지 여부에 정치권의 시선은 쏠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