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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지를 강조하며 북한에 손을 내밀었으나 북한은 이를 또다시 뿌리쳤다. 이에 따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물론 북미간 양자대화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취임이후 두 번째 6자회담 참가국 순방에 나선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행정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전날 중국에 이어 8일 서울에서도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6자회담과 북미 양자대화를 모두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보즈워스 대표가 6자회담 뿐만아니라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언급한 것은 북한이 그동안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원했음을 감안해 북한의 요구에 융통성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대북 대화의지를 강조했다.
북한이 지난달 5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벼량끝 전술'로 국제사회를 향해 `협박외교'를 하고 있지만 오바마 정부는 당장 채찍을 들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북한과 대화를 해 나갈 것임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손을 뿌리쳤다.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8일 성명을 통해 "우리를 변함없이 적대시하는 상대와 마주 앉아댔자 나올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대미협상 무용론을 주장하고 "이미 밝힌 대로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또 오바마 정부 100일간의 정책동향을 본 결과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에선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주장, 오바마 정권의 대북정책을 전임 조지 부시 정권과 동일시하며 싸잡아 비판했다.
`8일'은 보즈워스 대표가 방한하는 날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시점을 맞춰 성명을 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날 북한이 성명을 낸 이유는 당장 6자회담에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계속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임 부시 행정부와 동일시, `대북적대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고 나선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은 시간을 벌어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인정받은 뒤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은 아무리 미국이 대화를 제의하더라도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해 `몸값'을 올린 뒤 협상하자는 셈법이라는 것.
다른 일부에선 북한 외무성 성명은 6자회담을 비롯한 핵협상에 앞서 북미관계 정상화 등 수교협상을 벌이자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했다.
미국도 북한의 의도를 충분히 간파한 듯 보인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등 계속 도발적 행위를 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엄중 경고했다.
미국의 대화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처럼 냉랭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당분간 상황이 크게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는 현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답답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한.미 양국이 "긴밀히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조를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