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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4·29 재선거 결과는 복귀를 준비 중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측근 정종복 후보는 1년만에 다시 고배를 마셨다. 정치적 타격은 고스란히 이 전 부의장이 떠안게 됐다. 그래서 친이계의 다른 축인 이 전 의원에게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로 더 굳건해진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 밀리지 않기 위해선 친이 진영을 관리할 새 인물이 필요하고 최적임자가 '이재오'란 것이다. 주변에선 그의 10월 재보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분석과 달리 경주 선거 결과로 이 전 의원이 더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내에선 "정종복 유탄을 이재오가 맞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정종복 후보는 두 번이나 '박근혜 바람'을 넘지 못했다. 박 전 대표가 이번 선거에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지만 정종복 공천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 분명했다. 1년 전 지역주민에 심판을 받은 인물을 다시 공천할 수 있냐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에선 "오기공천으로 밖에 볼 수 없고 잘못된 공천"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
더구나 정 후보는 이재오 이방호 전 의원과 함께 지난 4·9 총선에서 박 전 대표 진영이 지목한 '보복 공천 3인방'으로 꼽힌 인물이다. 박 전 대표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영남에 정 후보를 공천한 것을 두고 친박계는 친이계의 '도전'으로 받아들인 게 사실이다. 박 전 대표 진영도 무소속 정수성 당선자의 출마를 반대했지만 상대가 정종복 후보란 점 때문에 "절대 질 수 없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만일 정종복 후보가 이길 경우 친이 진영에 '뭉치면 이긴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고, 이 선거를 계기로 친이계의 결속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선거결과가 나오자 박 전 대표 진영은 "잘못된 공천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때문에 10월 재보선을 통해 복귀를 준비하는 이 전 의원으로선 정종복 후보의 패배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출마 시기만 6개월 늦춰질 뿐 정 후보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실제 경주에선 정종복 후보의 공천을 두고 지난 총선에서 심판을 받은 사람을 다시 공천한 것은 민심을 무시한 것이란 여론이 적지않았다. 이런 민심을 확인한 이 전 의원으로서도 자신의 지역구(서을 은평을) 재출마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박 전 대표 측에선 "당이 무슨 명분으로 이 전 의원에게 10월 공천을 줄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아예 "10월 출마는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