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들 정치를 '쇼'라 한다. 정치인들에게는 '보여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쇼'가 관중의 박수를 받으려면 시나리오가 탄탄해야 한다. 정치에선 시나리오가 명분에 해당된다. 그래야 4년 뒤 또 '쇼'를 할 수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다시 '쇼' 보여주겠다고 한다. 오는 4월 29일 있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 전 장관의 '쇼'를 여론이 어떻게 볼지는 선거결과가 답 해줄테지만 구경만하기에는 이 '쇼'가 볼썽사납다는 생각이 앞선다. 더구나 적잖은 관람료까지 지불해야 하는데 그가 들고나온 시나리오는 돈을 지불하기고 보기에 너무 엉성하다.

    정 전 장관은 민주당의 전신인 6개월짜리 대선용 정당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쇼'의 주인공이었는데 5년 마다 열리는 이 '쇼'에서 그가 받은 성적표는 역대 최저점이었다. 그리고 그는 4개월 뒤 다시 '쇼'(4·9 총선)에 나섰다. 이번엔 남의 '쇼'를 가로채서 공연을 했는데 이 '쇼' 역시 여론에 냉대받았다. 몇 개월 새 두 번의 '쇼'를 했다. 흥행에는 모두 참패했다.   

    그런 그가 '쇼'를 하겠다며 1년만에 다시 들고나온 시나리오는 '봉사론'이다. 자신이 속한 민주당이 어렵기 때문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백짓장도 맞들면 힘이 덜 든다"는 게 그의 출마 명분이었는데 1년 전 남의 '쇼'를 가로챈 이유를 묻자 "지난번 총선에서는 대선실패로 탈진해 있는 상태였는데 많은 분들이 나가라고 권해서 이를 받아들여 동작에 출마했었다"고 답했다. 자신의 '쇼'가 흥행에 참패한 이유를 남의 탓(민주당)으로 돌리면서 당에 봉사를 하겠다는 모순된 시나리오를 갖고 나온 것이다.

    더구나 그는 "정동영이 없었으면 재집권은 감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정작 본인 주연의 '쇼'는 흥행에 실패하고 남이 주연한 '쇼'의 성공이 본인 탓이라 말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출마는 집안내에서 조차 환영을 못받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그가 보여줄 이번 '쇼' 의 시나리오 역시 얼마나 허술할 지는 불보듯 뻔하다. 이 불경기에 비싼 관람료까지 내며 재미없는 '정동영 쇼'를 또 봐야 한다고 강요한다면 민주당은 관객들을 우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