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갑자기 기자들을 호출했다. 예고한 간담회 시간 보다 10여분이나 일찍 마이크를 잡고 4·29 재보궐 선거에 불출마하겠고 밝혔다.

    불출마 이유는 "대통령 부터 국민들까지 한 덩어리가 돼 오로지 경제를 위해 모든 걸 받치고 있는데 (자신의 출마로) 재보선이 정쟁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불출마 결심 시점을 묻자 "3일 전"이라고 답했다. 그가 출마 지역으로 거론되던 인천 부평을 지역을 접고 울산 북구 출마설이 급부상하던 때다. 박 대표는 휴가 중이었다. 이 시간(12~13일) 박 대표는 경북 예천에 있었다. 박 대표는 "지난 주 짧은 휴가 기간에 경북예천 삼강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간 서울 여의도에서는 박 대표의 울산 북구 출마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발표시점만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박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동석한 조윤선 대변인에게 "우리 대변인도 몰랐죠?"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나 청와대와 사전협의를 했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했다"고 잘랐다. 청와대가 당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당 전체의 일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개인에 관한 결정이기 때문에 독단으로 결정했다"고 못박았다.

    그의 측근들 역시 "전혀 몰랐다"고 한다. 김효재 비서실장은 "당에서 사무총장을 비롯해 강력한 출마 권유가 있었지만 대표가 생각하는 정국 운영은 당 대표가 선거에 나가기 보다 선거에서 한발 물러서 청와대와 정부가 전념하는 경제살리기에 일조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오늘 오전 부터 확고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불출마 결정을 독단으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경제살리기'와 '재보선의 정쟁화 우려'를 이유로 밝히면서 청와대와의 사전협의가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청와대 역시 사전협의는 없었다는 분위기다. 경제위기속에서 재보선에 출마해 정치적 논란을 키우는 게 적절치 않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 같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인데 청와대도 박 대표의 출마에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컸던 것으로 감지된다.   

    당장 4월에 열릴 임시국회에서는 미디어 관련법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가 출마할 경우 선거구도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바뀌면서 야권의 전략에 말려들어 시급한 현안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 대표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결심을 한 것으로 읽힌다. 더구나 출마 뒤 뭇매를 맞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엮여 여론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박 대표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