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농담 해프닝으로 국방위 회의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자 네티즌이 도리어 "국회의원들 제발 너희들이나 잘하세요"(네이버 아이디 kyw06)라는 비판을 했다.

    지난 19일 이 장관은 국방위 전체회의 직후 미국 하원 대표단을 만나 "조금전까지 국회에서 의원들과 불편한 질의 응답을 하고 왔는데 여러분이 나를 국회에서 구해줬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한미동맹"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24일 국방위 소속 위원들은 이 발언을 문제삼았다.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유승민, 민주당 안규백 의원등 여야 간사는 매섭게 이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유 의원은 "개인적으로 모욕감을 느낀다. 이 장관이 문제의 발언에 사과할 뜻이 없으면 미국 가서 국방장관 하는 게 낫겠다"며 "발언이 부적절했다면 남자답게 죄송하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질타했다. 안 의원은 "심심해서 지나가는 개구리한테 돌을 던졌어도 개구리한테는 치명적"이라고 국회의원을 스스로 개구리에 비유한 뒤 "국회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장관을 놓고 국회가 질문을 계속할 의미가 없다"고 몰아붙였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국회가 제기능을 못하니까 조롱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고,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은 "장관이 농담이라고 했는데 당신은 개그맨이냐"고 면박을 줬다.

    이 공방을 본 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글을 올린 네티즌 'ds3npi'은 "국회의원 당신들이나 잘하시지 누가 누굴 뭐라 할 자격이 있는지. 그만한 농담에 발끈하는 모습이란…"이라며 혀를 찼다. 'isk3205'은 "국회의원들은 입만 벌렸다하면 사과하라는 것이다. 지금 의원들이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나 있냐"면서 "세비만 낭비하는 존재에다 야당은 국정 발목잡기로 일도 안하는데 무슨 낯짝으로 떠드는가? 정말 없는 게 더 좋겠다"고 질타했다. 'phephe'은 "툭하면 시비거는 의원들이 좋은 시선으로 안보인다"고 했고 'briannoe'은 "한국 국회? 그것 코미디 대상감 맞잖아? 촌스럽기는…한국 국회의원들 미국 의원하고 회담하지 마라. 부시의 연설분석 해봐라 조크가 얼마나 많았었던지"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을 질타한 의원들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줄을 이었다. '당신이 개그맨이냐'고 말한 이진삼 의원에게 'zao0853'는 "개그는 국회의원이 더 잘하고 많이 하는 것 아니냐"면서 "팝콘 뉴스, 돌발영상 같은 데 등장하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더 많다. 개그는 국회의원이 더 잘한다"고 비꼬았다. '개인적으로 모욕감을 느낀다'는 유승민 의원의 발언에 'adolc1'은 "유승민 의원, 왜 그런 걸로 모욕감을 느끼고 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국회에서 몸싸움으로 세계망신 당한 걸 사과해야 하는거 아닐까요"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들의 국회 폭력에 반성을 촉구하는 글도 많았다. 'kjyhb'은 "국회의원 자리가 뭐 대단한 자리라고 그냥 조크한 걸 갖고 문제삼냐. 툭하면 놀고먹고 국회기물 파손하고도 사과와 처벌 손해배상 안하고도 괜찮은 인간들이 무슨 국회의원 권위를 따지냐"면서 "국회의원도 구조조정 좀 하고 세비도 반으로 깎고 일 안하면 퇴출시켜야 하는데 그러면 죽기 살기로 막겠지"라고 비판했다. 'wi0506'은 "국민은 기억한다. 08년 겨울, 황금배지를 달고 국회의사당을 향해 도끼질을 했던 일명 '12ㆍ18 쇠망치 국회'사건을… 자칭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젠틀맨이란 지식인 의원들이 돈키호테의 막무가내 용맹심에 버금가는 쿠데타를 일으킨 사건으로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며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고 회고했다.

    반면, 소수지만 이 장관을 질타하는 의견도 있었다. 'blackshon'은 "국방장관으로서 적절하지 않는 발언"이라며 "마치 미국이 대한민국을 아니 일개 개인도 구해주는 나라니까 감사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처신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국방위에서 질타가 이어지자 이 장관은 "적절치 못한 표현에 대해 사과 말씀 올린다.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농담이었다"며 "우리나라 국회도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행정부 감시 활동을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충분히 준비된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