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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이 대통령과 현 여권에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 '아고리언'(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을 일컫는 말)을 국회로 불러 직접 만났다.
토론방인 아고라는 현 여권에 '적진'이라 할 수 있는데 정 의원은 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산하 국민소통위원장을 맡은 뒤 이곳에 글을 올리고 있다. 아고리언에게 욕설을 듣고 있지만 정 의원은 아랑곳 않고 이들과 소통하겠다며 글을 올리고 있다. 이번엔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을 불러 국회에서 '토크쇼'를 했다. 23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정 의원은 '통(通)하였느냐?'라는 제목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기존의 정당 행사 틀을 완전히 벗어 국회의원, 기자, 택시기사, 주부, 학생, 자영업자, 회사원, 교수, 국민소통 위원 등 20여명을 패널로 참여시켜 '토크쇼'형식으로 진행했다. 사회자와 패널들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형식으로 행사를 진행해 발제를 하고 참여한 패널들이 찬반토론을 하는 기존의 국회 토론회와는 차별화를 뒀다. 정 의원은 이 행사에 패널로 아고리언 두명을 참여시켰다. 비난을 받고 욕을 먹더라도 이들과 '소통'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이들과의 소통은 쉽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서도 두 아고리언은 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은 "토론방에 들어가면 욕을 무지 먹지만 자꾸 먹다보니 익숙해지고 애정도 생긴다"며 "한나라당 의원들도 자꾸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직접 들어가 바라봤으면 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고 행사 준비 배경을 설명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패널들의 비판강도는 생각보다 더 셌다.
아고리언 정동훈씨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아고라에 올린 글을 보면 소통을 위한 글이 아니고 홍보나 통보 성격의 글이 많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사례도 꼽았는 데 역시 현 정부와 여권의 '촛불시위' 대응방식을 문제삼았다. 정씨는 "배후세력이 있다든지 하는 촛불대응방식은 소통을 하려는 노력보다 억제를 하려는 노력이 심했다"고 비판했다. 또 "상대에 대한 인정이 없고 반성하는 모습도 없다"면서 "한나라당이 과거에 잘못했던 부분도 있는데 이런 부분은 무시하고 마치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말을하면 공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20대 후반의 아고리언 마광준씨는 먼저 "(아고리언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무조건 글을 올리지 말라고 할때에는 나도 '내가 의원이라도 기분 나쁘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아고라의 토론문화가 성숙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기분나빠 하지 말고 성숙하지 못한 비판은 걸러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마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잘 알지 못하지만 사회가 돌아가는 현상을 보면 이건 상식과 거리가 멀지 않나 생각된다"며 정부의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 방침을 비판했다.
마씨는 "국민 안전에 단 1%라도 위험을 받는다면 꼭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550미터나 되는 건물을 강남 한 복판에 지으면 기류에 이상이 생겨 조종사들의 비행에 착오가 생길 수 있다는데 (국회의원들이) 정부에 건의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진 뒤 "이런 게 국민을 위한 소통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씨는 "이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겠습니다'고 했던 걸 봤는데 그런 자세로 일한다면 앞으로 아고라에서도 좋은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런 비판은 대학생에게 마이크가 가며 정점에 다달았다. 자신을 연세대학교 재학생이라 소개한 성지훈씨는 "청년들이 갖고 있는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신뢰감 상실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 경고했다. 성씨는 "학내에서 '한나라당 지지한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한다"며 "대학생들이 갖고 있는 불신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 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07년부터 2008년 까지 한승수 국무총리와 시국토론회도 했고, 김형오 국회의장과 박희태 대표에게 각종 방법을 통해 (의견을) 전달했지만 돌아온 것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 됩니다'라는 공문 한장이었다"고 불만을 쏟았다.
국민소통위는 5월 중 2차 토크쇼를 열고 네티즌 의견 자료집을 출간할 계획이며 이렇게 모아진 의견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권력사유화' 파문으로 정 의원과 충돌했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참석했고 정몽준 박재순 최고위원과 장광근 의원이 행사장을 찾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