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간부의 강간 미수 사건 파문 수습 방안을 놓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판이한 입장을 나타냈다. 민노총 내부에서는 이석행 위원장 체제 이후 이어져온 파벌간 권력 다툼이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강간 미수에 그친 간부 김모씨는 구속된 이 위원장의 측근으로 민노총 내 '국민파'에 속한다. 여기에 노선상 대립구도를 형성해온 '중앙파'와 '현장파' 등 강경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노총 지도부 총사퇴를 이끌어내고 주도권을 쥐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사퇴한 허영구 주봉희 박정곤 김은주 등 부위원장 4인은 강경파로 전해졌다. 이들은 민노총 홈페이지를 통해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할 민노총 간부가 성폭행을 시도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은 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노총 지도부도 나름대로 사건을 처리하려고 노력했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며 "4인의 사퇴는 납득이 안간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 정치행위나 사건은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민노총이) 조직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민노총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진보신당에선 이번 사건을 민노총 지도부 교체 기회로 삼아야한다는 내부 기류가 읽힌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성폭행 사건에 대해 민노총의 진정성있는 반성이 없다"면서 "이런 태도에 조합원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부대변인은 "조직 혁신과 성찰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진보신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민노총 지도부 총사퇴를 얘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민노총 내부의 계파갈등은 예전부터 곪아왔던 것이며 이번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진 면이 있다"면서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중요한데 지금의 방법이나 모습을 국민이 신뢰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노총 지도부의 강간 미수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 '민노총을 대리한 저명인사'가 누구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해자 A씨의 대리인은 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노총의 사태 무마 시도를 주장하면서 "민노총 사무총장과 민노총을 대리한 저명인사가 제시했던 징계완료 시점인 1월 12일을 넘겨서도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 A씨의 대리인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민노총의 대리인'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 국장은 전화 통화에서 "노 코멘트"라며 "누구인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모 정당 고위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설에 대해서는 "이번 과정에서 정당이 관련된 적은 없다는 점은 확인해줄 수 있다"며 부인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당원인지는 모르지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