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정치인지지 모임’이 한국 정치 문화의 이질적 이단아로써 국민에게 아름답지 않게 각인된 것은 한국 정치의 커다란 불행이었다. ‘노사모’(노무현을 지지하는 팬클럽)가 현실정치를 향해 지나친 정치 개입을 감행함으로서 정치인 지지모임이 팬클럽의 본질을 뛰어넘어, 정도를 벗어난 번추한 정치 행태를 보였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이후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 지지모임은 누가 뭐라해도 박사모(박근혜를 지지하는 팬클럽)라고 할 수 있다. 박사모는 촛불난동 시위에 적극 참여함으로서 한나라당 출신인 박근혜 의원의 정치적 행보를 마치 예상(?)이라도 하는 듯한 포퓰리즘 모양새를 연출했다. 더욱이 4·9총선 때 전여옥 후보의 낙선 운동을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서 정치적인 파고를 일으켰다.
서울 영등포갑구에 출사표를 던진 전여옥 의원은 총선 당시 초반 여론조사에 의하면 압도적(70%상회)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박사모 및 일부 친박 계열이 '전여옥 낙선 운동'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이에 올인함으로서 심각한 정치적 불이익을 받았고 치열한 접전 끝에 아슬아슬하게 당선되는 무시무시(?)한 아픔을 맛보았다. 당락을 초월하여 인격살인까지 당했던 전 의원의 영혼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 것인가.
4·9총선 전후해서 전 의원 주변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치에 환멸을 느꼈다’고까지 표현할 정도였다고 하니, 박사모의 낙선 운동 정도가 그 얼마나 극심했는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박사모와 일부 친박 계열은 민주노동당 강기갑을 당선시킬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고 언론에 ‘전여옥 낙선’ 운동을 선언하고 전 의원의 지역구로 총출동, 공공연한 낙선운동을 펼침으로서 어처구니없는 넌센스를 생산해 냈다. 박사모가 전 후보 낙선 운동을 공언하고 영등포에서 실행에 들어간 긴 시간 동안 박 의원은 그의 팬클럽에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 지지모임이 한나라당 국회의원 여성 후보 낙선운동을 공개적으로 벌였다는 사실은 정치도의적으로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획기적(?) 사건이었다.
이런저런 연유로 전 의원 지지모임인 ‘전지모’가 전국 조직을 구성함에 따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전 의원은 “감동과 더불어 정치적 충격(?)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정치(를) 시작한 지 5년-그동안 정치인의 이른바 팬클럽 폐해를 너무도 많이 봐왔다”면서 “한 정치인에 대해 무조건적인 충성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환상, 게다가 내부 ‘광란의 팬’의 문제점-저런 팬클럽이 한국 정치를 후퇴시키고 추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전 의원은 “특히 기막힌 것은 자신들이 받든다는 정치인에 대한 ‘신격화(神格化)’였다”고 비판하고 “마치 김일성 김정일 우상 체제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며 많은 인내와 고통으로 점철된 지난날의 쓰라린 목격담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전 의원은 “전지모 회원들을 보면서 작은 충격을 느꼈다. 그 분들은 내가 지금까지 보던 팬클럽 회원들과 달랐다. 한 정치인에게 무조건의 지지가 아니라 ‘우리 함께 목표를 향해 가자’는 강렬한 요구가 있었다. 물길을 거스르는 물고기였다. 맞바람을 두려워 않는 독수리였다. 늘 세상에 대한 변화를 갈망했던 살아있는 상식적 존재였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그 어떤 뜨거운 불길도 우리를 한줌의 재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반드시 한국 정치 기적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로부터 정치 입문 제의를 받고 정치인이 됐고 또 이 전 총재로부터 당 대변인 임명을 받았을 뿐이다. 박 의원이 대표 시절 대변인 일을 계속해달라는 박 대표의 제의에 응래 한나라당 명대변인으로 박 전 대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헌신한 정치인이었음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박사모는 오히려 전 의원을 도와줘야 할 입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선 경선 시 ‘이명박 지지선언을 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낙선운동과 극심한 명예훼손을 서슴치 않았다.
전지모는 건전한 정치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순기능을 할 팬클럽의 귀감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는 것은 전 의원이 특정 정치인 팬클럽에 짓밟혔고 그 폐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전 의원처럼 치열하게 의원 생활을 영위한 정치인은 드물다. 전 의원처럼 어떤 세력, 즉 좌파정권과 더불어 같은 당 국회의원 팬클럽에 의한 위협과 음해 모략 속에서 꿋꿋하게 일어선 큰 정치인도 또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늠해 보면서….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