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추어 초청팀 신협상무가 8연승을 달리던 삼성화재를 꺾는 올 시즌 프로배구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상무는 6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08-2009 프로배구 V-리그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39-37 25-22 25-22) 완승을 거뒀다. 지난 2005년 2월20일 프로배구 출범 이후 상무가 삼성화재를 이긴 것은 처음이다. 상무는 그동안 삼성화재와 26번 싸워 모두 졌다. 하지만 삼성과는 진땀나는 승부를 자주 펼쳐왔다.

    상무는 올 시즌 KEPCO45와 대한항공에 이어 프로팀을 상대로 4번째 승리를 따내는 감격을 맛봤다.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상무 선수들의 투지가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 상무는 1세트 13-4까지 뒤지면서 패색이 짙었지만 타임아웃 동안 이뤄진 최삼환 감독의 따끔한 질책에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면서 완전히 딴 팀이 됐다. '제2의 최태웅'으로 불리는 세터 김상기의 손끝에서 나오는 현란한 토스워크를 바탕으로 삼성화재 출신 전창희(10득점)와 김정훈(15득점)의 속공과 백어택 등이 잇따라 '친정팀' 삼성화재 코트에 내리꽂히면서 극적으로 20-20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부터 양 팀은 한 점씩을 주고받는 피 말리는 접전을 계속했지만 상무 김정훈과 김달호(13득점)의 오픈 공격이 성공하면서 39-37로 세트를 가져왔다. 36-36에서 삼성이 리시브한 공을 밀어 넣는 과정에서 주심이 상무 김철홍의 오버네트를 선언했지만, 비디오 판독 이후 삼성 세터 최태웅의 손이 네트를 넘어갔다며 판정이 번복되는 '행운'도 따랐다. 39점은 정규리그 사상 한 세트 최다득점이고 1세트 경기시간 41분 역시 정규리그 사상 최장 기록이다. 기존 최다득점은 2005년 3월6일 대한항공과 한전 경기에서 나온 38-36이었고 최장시간은 2007년 1월 24일 현대캐피탈과 LIG손해보험전 1세트에서 걸린 40분이었다.

    1세트를 극적으로 따낸 상무는 이후 선수들이 상대 코트 빈 곳을 보며 연타를 때리는 노련미까지 갖추면서 2, 3세트를 잇달아 따내 '이변의 드라마'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기가 살면 무섭게 달아오른다는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우려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최삼환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삼성화재 출신 선수들이 잘해줬다"라면서 "안젤코가 체력이 떨어지면서 우리 선수들이 잘해준 것 같다"라고 승인을 분석했다.

    1세트 9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패배한 삼성은 이후 2세트부터는 허둥대다가 범실을 양산하며 지난 시즌 챔피언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선수들은 세터가 올린 공을 공중에서 헛치는 보기 드문 모습까지 연출했다. 끈끈한 조직력의 대명사인 삼성의 범실은 23개로 신협상무(17개)보다 더 많았다. 안젤코는 1세트 무려 15득점을 올려 여전한 위력을 뽐냈지만 세트 막판 모든 공격을 혼자 도맡아 하며 체력이 소진되자 2세트부터는 공격력이 현저히 약화됐다.높이가 낮아져 상당수 공격이 상무 블로킹에 바운드되면서 2세트에서는 3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공격성공률은 42%까지 낮아졌다.

    안젤코(27득점) 외에는 팀 최다득점이 9득점에 불과해 4명이 두자릿수 득점을 한 상무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시즌 초반부터 안젤코에게만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삼성화재 공격패턴의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