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셔널리그 축구 전통의 강호 고양 KB국민은행이 2008 하나은행 FA컵 결승진출은 좌절됐지만 희망을 봤다.

    '프로팀의 킬러' '프로팀의 저승사자' 고양이 한국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2008 하나은행 FA컵 전국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경남FC와 악전고투 끝에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고양은 18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0-5로 패하며 돌풍을 멈췄다.

    이번 대회 32강과 8강에서 FC 서울, 전북 현대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4강 대열에 합류한 고양. 비록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멋진 경기를 펼쳐준 고양 선수들의 도전정신은 여느 프로팀에 뒤쳐지지 않았다. 특히 선수들의 계약해지 및 부상으로 선수가용 폭이 13명 밖에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고양 선수들의 투혼은 승리보다 값진 수확이었다.

    미드필더 차종윤은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는 상황이었고 권우경(27)은 어깨 수술, 김요환(31)은 발목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어 정상적으로 뛸 수 있는 선수는 고작 11명뿐이었다. 이날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고양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던 최재영(25) 역시 이날 아침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나섰고, 발목 부상에 있던 김요환도 진통제 투혼을 발휘했다. 이우형 고양 감독은 최익형 골키퍼 코치와 이영민 코치, 신형호 매니저 등 3명을 교체 선수 명단에 넣었고, 지난달 중순 어깨 수술을 받은 권우경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고양은 경기 초반 발 빠른 역습을 펼치며 팽팽히 맞섰지만, 경남의 날카로운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프로의 높은 벽을 다시 한 번 느껴야했다. 프로팀인 경남을 상대로 악전고투를 펼친 고양은 부상 선수와 올 시즌 출전경험이 없는 선수까지 투입시키며 투혼을 발휘했지만, 더 이상의 반전드라마를 만들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이우형 감독은 "경남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며 칭찬했다. 경남이 주도권을 잡은 뒤 거센 압박을 해와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던 것이 패인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훈련 과정에서 대학팀들과 제대로 연습하지 못하는 등 11명의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부상 선수들도 있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전력이 조금만 괜찮았다면 경남과 대등하게 경기를 해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프로팀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프로팀을 잡는 것은 묘한 매력이 있다. 정상적인 선수 구성이 되면 내년 FA컵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준결승 경기를 마친 고양은 새로운 시즌을 보다 높은 곳에서 마치기 위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반전 드라마'의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는 고양이 프로팀들을 상대로 당당했던 그 위용을 다음 시즌에도 보여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