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7일 사설 '5년 만에 입 연 남상국씨 유족과 인간의 도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TV 생중계 연설에서 자신을 공개 비난하는 것을 보고 한강에 투신 자살한 전 대우건설 사장 남상국씨의 부인과 동생들이 "사건 진상이 잘못 알려졌으며 노 전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씨가 남씨로부터 사장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남씨의 부인은 "처음 만나는 사람(노건평씨)한테 어떻게 '사장 임기가 다 돼가니 다시 사장 시켜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사기 펀드로 650억원을 모아 구속됐던 노건평씨 처남 민경찬씨가 대우건설 간부에게 '병원 건물 공사를 싸게 해달라'며 먼저 접근해왔다는 것이다. '남 사장이 연임하려면 로비가 필요하다'며 노건평씨에게 돈을 주라고 제의한 것도 민씨라고 했다. 남씨는 마지못해 노씨에게 3000만원을 주라고 지시했고 대우건설 직원이 김해로 가서 노씨에게 돈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한다. 남씨가 머리 조아리며 돈 준 것이 아니라 노씨 처남이 공사 민원을 하면서 인사 청탁 명목으로 돈을 뜯어간 것에 가까울 정도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런 전후 사정을 보고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은 그 일에 대해 언급하려면 먼저 노건평씨와 민경찬씨의 행동을 사실대로 말하고 국민에게 사죄했어야 옳을 일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 남씨의 인격을 무자비하게 짓밟아 버렸다. 남씨를 한강다리 난간 밖으로 떠민 거나 마찬가지 행동이었다. 그 남씨의 상가(喪家)는 권력의 눈이 두려워 사람들이 발길을 옮기지 않아 고적(孤寂)하기 짝이 없었다. 남씨의 부인은 "그동안 숨만 쉬고 살아왔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아무 것도 모르는 시골 노인"이라고 했던 노건평씨는 이 일로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나서 집행유예 기간 중 서울 호텔에 나타나 농협회장에게 세종증권을 인수하라는 청탁을 했다. 그 대가로 세종증권으로부터 30억원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일에 대해서도 뭐라 말이 없다.

    남씨의 유족들은 노 전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민·형사 소송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자기 형님의 허물을 덮으려고 다른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줘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면 뒤늦게라도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는 전하는 게 인간의 도리일 텐데, 그것마저 그렇게 인색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