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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국군의 날 "군대 폐지"를 주장하며 누드 퍼포먼스를 펼친 강의석씨가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서해교전 전사자들은 개죽음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해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는 가운데, 서해교전(제2연평해전) 전사자의 유가족들이 강씨의 '폭언'에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은 강씨의 공개사과와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며 나아가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강씨는 13일 자신의 미니홈피 게시판에 '서해교전 전사자는 개죽음을 당했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서해교전에서 전사하신 분들도 개죽음 당한 것이냐고 묻기에 응, 개죽음 당한거야"라고 말했다. 그는 "북방한계선(NLL)은 군사분계선도, 영해선도 아니다. 그저 남한이 이를 '불법무단' 점거하고 있을 뿐, 참사의 희생자들은 '나라를 위해 싸운다'는 생각으로 전투에 임했겠지만, 그들의 행위는 '애국'이 아니다. 그들은 아무 보람 없이 죽었다"며 "군대가 꼭 필요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대한민국의 청년이 순국선열을 모독하나"
강씨의 이 같은 발언에 유가족들은 "용서하지 않겠다"며 크게 분개했다. 서해교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모임인 '제 2연평해전 전사자 추모본부'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강씨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NLL(북방 한계선)을 지켜내면서 전사하신 용사들, 그 용사 부모님들의 아픔, 대한민국 안위를 위해 싸워야 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진실을 왜곡하여 모독한 사실에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2연평해전에서 산화한 고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씨는 이날 "22살의 대한민국 청년이 어떻게…"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유가족의 충격을 전했다.
김씨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도대체 왜 가족들의 가슴을 후벼파야 했는지 왜 순국선열들을 두번 죽여야 했는지 묻고 싶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제야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김씨는 남편을 잃고 고통스러웠던 나날이 떠오른듯 "가족들은 숨죽이면서 그날 이후 살아왔다. 이제서야 나라에서 걱정해주고 국민도 많이 알아 어느정도 위안이 돼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중에 또다시 강씨에 의해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너무 힘들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는 무엇보다 강씨의 발언이 청소년 또는 그 또래의 청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것이 가장 두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동안 묵인됐던 제2연평해전에 대한 평가가 이제서야 바로 잡혀지고 있는데 그의 철없는 발언이 이 사건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방한계선(NLL)은 휴전 협정 과정에서 유엔이 남북 군사경계선을 그을 당시 육지 경계를 바다까지 연장해서 설정한 것으로 그, 이남을 남한 영토로 표시했다. 휴전 당시 해군력이 거의 전무했던 북한은 NLL에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그 후 말을 바꿔 계속 시비를 걸어 문제를 일으켰다.
한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6월29일 발생한 제2연평해전은 1999년 6월15일 제1연평해전에서 참패했던 북한 해군이 보복 차원에서 서해 NLL을 침범해 31분간 대한민국 해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던 사건이다. 당시 북한 해군 645호가 쏜 휴대용 로켓포에 한국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 함장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전사하고 18명의 대원이 부상했다. 당시 남북화해 무드를 모색했던 김대중 정부는 해군의 선제공격을 자제하는 교전수칙을 제정, 선제타격을 하지 못한 해군의 피해가 커졌다는 비난이 일었다. 정권을 넘겨받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희생자와 가족에 대한 예우는 뒷전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야 그동안 2함대사령관 주관으로 진행해 온 추모행사를 정부 차원의 행사로 격상시켰다. 그동안 ‘서해교전’으로 불리던 이름도 ‘제2연평해전’으로 바뀌었다. 김씨는 전사자 처우 등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 실망해 2005년 4월 미국으로 떠난지 만 3년만인 올 4월 2일 귀국했다.
"강의석 같은 사람을 위해 그분들이 목숨을 바쳤나" 허탈
김씨는 "누구를 위해 그분들이 전사했느냐"며 허탈해 했다. 그는 "강씨가 국민의 한사람이란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에 아직도 있구나. 이런 사람을 위해 그이가 목숨을 바쳤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말했다. 그는 강씨가 서울대 법대생이란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라는 표정이다. 김씨는 "서울대가 학생을 뽑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판·검사가 되려고 법대를 갔을 것인데 국가관과 안보관이 없는 사람이 나라를 위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이 땅 청년의 생각이 이렇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겠느냐"고 되물었다.
"언론에 주목받고 싶은지 몰라도 우린 너무 힘들다"
유가족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법적대응 고려
김씨는 "강씨가 언론에 주목받고 싶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몰라도 우리는 너무 힘들다. 강씨는 제2연평해전의 전사자 뿐 아니라 이 땅을 위해 목숨바친 모든 순국선열 호국영웅들을 모독했다"며 "적어도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알게 해줘야 한다"며 강력히 대응을 할 뜻을 내비쳤다.
유가족들은 강씨의 발언이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해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모임 대표대행 이헌 변호사에게 법적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유가족들은 순차적으로 공개사과와 게시물 삭제를 요구한 뒤 강씨의 반응에 따라 대응 강도를 달리 하자는 쪽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