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황장엽(85)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는 "남한에서 자꾸 (김정일 건강이상설에) '급변사태'라고 떠드는데 그렇게 아량이 없느냐"고 쏘아붙였다.

    황씨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자유선진당 지도부와 가진 정책 간담회에서 "적과 싸우다가도 상대방 대장이 앓거나 많이 다치거나 죽으면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이 예의 아니냐"면서 "북한은 우리와 같은 민족인데도 김정일 건강이 나쁘다는 것에 대해 '급변 사태'라고 떠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거듭 "김정일 건강 이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자꾸 '급변 사태'라고 떠드는 태도는 점잖지 못하고 자신 없는 태도"라고 비난했다. 황씨는 "김정일의 건강 문제에 아는 건 없지만 건강 문제가 왜 그렇게 중요하고 관심이 많은지 이해 못하겠다. 쓸데없이 추측해서 현 지도체제가 어떻다고 떠드는데…뭣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황씨는 또 남한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을 '인도주의적 지원'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신문에서 '인도주의적'이라고 자꾸 떠드는데 뭔 놈의 인도주의냐"고 비난하며 "북한 동포는 우리 국민 아니냐. 대북 식량 지원이 거지한테 해주는 배려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씨는 이어 "북한 동포들은 국토가 갈라져서 김정일 정권 하에 있지만 엄연한 우리 국민"이라며 "그들(북한 동포)이 굶는다면 우리가 세끼 먹던 것을 두끼 먹더라도 도와주겠다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북한에 대해 "김정일 정권이 계속 '수령절대주의'를 유지하며 수백만 북한 주민들을 굶어 죽이고, 온 나라를 감옥으로 만들었다"면서 "이 정권은 인민을 위한 정권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애초에 사회주의로 나간 것은 잘 몰라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과거에 사회주의의 길로 나갔다는 것을 따지는 게 아니라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모든 나라가 사회주의를 버리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가는 데도 그것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보다 생활이 더 못했던 중국은 개혁·개방의 길로 나가 천양지차를 가져왔는데 왜 (북한은) 그걸 따라가지 않느냐"며 "사회주의 길이 잘못된 것을 안 후에도 개혁·개방의 길을 따라가지 않는 것은 북한이 결국 김정일 개인만을 위한 국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 자리에서 "황 선생님은 대한민국에서 북한을 가장 잘 알 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 철학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가장 깊은 통찰과 지혜를 가진 분"이라고 치켜세우며 "요즘 김정일 유고사태가 나면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국민이 걱정하고 있고, 6자회담 핵 불능화 작업도 제대로 안되고 있어 이에 대한 말을 나누고자 한다"고 간담회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선진당 심대평 대표, 류근찬 정책위의장, 박선영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선진당 측은 황씨 신변 보호를 위해 간담회 직전까지 회견 장소를 비공개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