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9일 사설 '정부 할 일 대신 하고 교도소 간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가 17일 교도소에 수감됐다. 최씨는 작년 6월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린 호텔 앞에서 납북자와 국군 포로 송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여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5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벌금을 내는 대신 9일의 강제 노역형(勞役刑)을 자청했다. 50만원을 낼 여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납북자정책이 잘못됐다는 항의의 뜻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교도소에 간 것이다.

    최씨는 납북 어부의 아들이다. 1992년 미전향 장기수 이인모 노인이 북송되는 것을 본 어머니가 "아버지를 데려오라"고 하자 그때부터 납북자 구출에 몸을 던졌다. 그가 자기 손으로 남한에 데려온 납북자만 6명이다. 북한은 2005년 10월 최씨를 제거하라는 테러 지령까지 내렸다고 한다.

    최씨는 작년 8월에도 통일부에 의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통일부가 납북자 가족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최한 납북피해자보상법 시행령 공청회를 최씨가 방해했다는 게 이유였다.

    지금까지 정부가 나서서 북한에서 데려온 납북자는 한 명도 없다. 정부 할 일을 최씨가 대신 해온 것이다. 그러느라 최씨는 직장도 그만두고 재산까지 쏟아 부었다. 정부가 '납북자 송환'이라는 당연한 '공무(公務)'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최씨가 목숨까지 위협당하며 이 일에 매달렸을 리가 없다. 정부에 '납북자문제에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며 시위할 이유도 없다.

    일본은 2004년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북한을 방문해 일본인 납북자 5명을 구출해왔다.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합동사령부(JPAC) 정문엔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글이 새겨져 있다. 2000년 최씨 도움으로 탈북한 납북 어부 이재근씨가 칭다오 우리 영사관에 전화를 걸었을 때 담당자는 "국가에 세금 낸 적도 없으면서 왜 손을 내미느냐. 밀항을 하든지 알아서 (한국에) 들어가라"고 했다고 한다. 2007년 역시 최씨가 구출해낸 납북 어부 최욱일씨도 선양 영사관에 전화를 걸었다가 "누가 내 전화번호를 알려줬느냐"는 호통을 들었다. 도대체 누가 누구더러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고소하고 처벌한다는 말인가. 정부를 공무 태만으로 고소해도 시원치 않을 사람이 도리어 고소를 당해 교도소에 갔으니 그 가슴에 쌓인 한(恨)이 오죽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