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당적만 5번 바꿔 … 김성식은 4번권오을·허은아·김용남도 모두 탈당 이력李 노린 인사들, 바른미래당·개혁신당 출신"野, 정당 아니라 회사 전락 … 정체성 필요"
  •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서성진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서성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부터 영입했다는 보수 인사는 모두 기존에 당적을 바꾼 적이 있는 '갈아타기 경력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탈당을 감행한 인물들인데, 야당 내부에서는 당 정체성 확립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는 2004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처음으로 총선에 당선된 후 2016년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각종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다. 

    이 후보자는 2016년 20대 총선 과정에서 당시 친박(친박근혜) 후보였던 조윤선 전 장관과 서초구갑 당내 경선에서 가까스로 승리해 공천을 받았던 상황이었다.

    이후에는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2017년 창당된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2018년 2월에는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면서 바른미래당 당적을 가지게 됐다. 2020년 1월 바른미래당에서는 손학규 체제에 반대하며 탈당해 '새로운보수당'을 꾸렸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과 함께 움직인 것이다. 

    이후 2020년 4월 총선 직전 '보수 대통합'이라는 명분을 통해 새로운보수당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합당하면서 다시 제1보수정당으로 복귀했다. 이 후보자가 당명 변경이 아닌 정당을 갈아탄 이력만 6개(새누리당-바른정당-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국민의힘)다.

    장관급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된 김성식 부의장의 당적 변경 이력도 수차례다. 그는 15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총선에 나섰다. 이후 민주당과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합당해 만들어진 한나라당에 합류했다.

    2004년~2006년 한나라당 소속이던 손학규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맡던 시절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호남세와 민주당세가 강한 관악구갑에서 당선돼 국회에 처음으로 입성했다. 

    2011년 12월 김 부의장은 한나라당을 돌연 탈당했다. 이명박 정부 국정 운영에 반발한 것이다.

    19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 부의장은 2012년 10월 당시 막강한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며 대선 주자로 떠올랐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곁으로 향했다.

    대선주자였던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에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2014년 1월에는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안 의원과 함께했다. 하지만 2014년 안 의원이 민주당과 창당하는 새정치민주연합 합류는 거부했다. 

    2015년 12월 안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권력 구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에 밀리며 탈당하자 다시 김 부의장은 안 의원과 함께했다.

    2016년 2월 안 의원 주도로 창당된 국민의당에 합류해 창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이 됐다. 국민의당은 당시 호남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으며 거대 양당을 위협할 수준의 지지율을 뽐냈다. 

    김 부의장은 같은해 4월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관악구갑에서 당선되며 재선 의원이 됐다.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을 맡는 등 당의 핵심 인사로 활동했다. 

    국민의당은 2018년 12월 바른정당과 합당했다. 호남 기반 '안철수 정당'과 '우중좌'를 자처하던 바른정당의 만남이었다. 당명은 바른미래당이다.

    이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2020년 2월 21대 총선을 두 달 앞두고 탈당해 관악구갑에서 무소속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김 부의장은 4번(통합민주당-한나라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당적을 바꿨다. 
  • ▲ 지난 5월 대선 정국 당시 윤여준(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 환영식. 김용남(왼쪽 두 번째부터) 전 의원과 허은아 국민통합비서관이 민주당 선거운동복을 입고 있다. ⓒ뉴시스
    ▲ 지난 5월 대선 정국 당시 윤여준(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 환영식. 김용남(왼쪽 두 번째부터) 전 의원과 허은아 국민통합비서관이 민주당 선거운동복을 입고 있다. ⓒ뉴시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경북 공략의 선봉에 섰던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북 안동에서만 두 번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탈당해 2017년 바른정당에 합류해 최고위원을 지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하며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있다 2020년 1월 21대 총선을 석달 앞두고 탈당했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선언을, 2025년 6월 대선 과정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다. 

    지난 5월 대선 과정에서 합류한 허은아 대통령 국민통합비서관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2020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며 처음으로 정계 입문했다. 

    이후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탈당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과 함께 개혁신당을 창당해 합류했다. 개혁신당에서는 당대표도 지냈다. 

    하지만 이 대표와 허 비서관의 의기투합을 오래가지 못했다. 2024년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허 비서관은 같은해 5월 당대표에 당선됐다.

    하지만 당내 구성원들의 불만이 쌓였다. 허 비서관이 자기 홍보에만 치중하며 사당화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철근 사무총장이 '허은아 체제'에서 경질되면서 내홍이 본격화됐다.

    결국 당원 소환 투표가 벌어졌고 찬성 91.93%로 가결됐다. 당원 소환 투표 시작날 허 비서관이 개혁신당 통장 비밀번호를 바꾼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허 비서관은 2025년 4월 개혁신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이재명 대통령의 영입 제안을 받고 이 대통령 공동 유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에도 입당한 상태다. 

    마찬가지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고 합류한 김용남 전 의원도 있다. 2014년 새누리당 소속으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김 전 의원은 이후 선거에서 낙선을 거듭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계에 발을 들여 대통령 경선에 나서자 캠프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별다른 보직을 맡지 못했다. 

    2024년 1월 그는 "윤석열에게 속았다"며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당 정책위의장을 맡는 등 힘썼지만 개혁신당 비례대표 순위에 들지 못했다. 이후 2025년 5월 그는 이 대통령의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유세에 등장하며 민주당에 입당했다. 

    권 장관(한나라당-바른정당-바른미래당-더불어민주당)과 허 비서관·김 전 의원(국민의힘-개혁신당-더불어민주당)은 모두 진영을 넘나들며 여러 당적을 보유하게 됐다.

    이 대통령이 영입한 인사들의 면면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갈만한 사람들이 갔다'는 반응이 많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당의 이념과 가치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면서 단지 '출세 도구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자성이 나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정도면 이념 결사체인 정당이 아니라 이익 창출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 수준 아니냐"면서 "이제 아무 생각 없이 자리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당에서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가 자기가 있던 정당에서도 물을 흐리던 철새들을 데려가 예산과 국가 보훈, 국민 통합을 맡겼다는 것이 코미디"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