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성동격서'에 안방에서 무너진 국민의힘법사위 보류 책임론에 국힘 내부 '네 탓' 공방"우리가 남이가→우리 버렸나"로 … 흔들리는 TK
  • ▲ 장동혁(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장동혁(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의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안(대구경북특별법)'을 두고 위기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쳐놓은 '책임 전가' 프레임에 걸려들어 국민의힘 지도부와 지역 정치권이 서로에게 총질하는 자중지란(自中之亂)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TK 핵심 현안이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며 국민의힘 내부 균열과 메시지 혼선이 동시에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대구경북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류된데 대해 "지역의 미래를 멈추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답답하고 화가 나 진정이 안 된다"며 이같이 적었다. 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통합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발단은 전날 법사위에서 대구경북특별법 처리가 보류되면서 시작됐다. 국정 운영의 키를 쥔 여당 민주당은 법안 보류의 원인을 국민의힘 내부의 반대로 돌리는 역공을 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충남·대전, 대구·경북 통합법은 의결을 보류하고 전남·광주 통합법 심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추 위원장은 "시·도민 반대가 없는 전남·광주를 먼저 통합하고 (다른 지역은) 시간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힘 내부의 대응이었다. 여당의 공격을 받아칠 '단일대오'는커녕 당내 지도부의 책임을 따져 묻는 비토가 나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주호영 의원 등 지역의 맹주들이 "조속 처리를 왜 못 하느냐"면서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국회 부의장인 주 의원은 같은 날 입장문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대구·경북의 전폭적인 지지로 세워진 지도부가 지역 명운이 걸린 법안을 사수하는 데 이토록 무기력해서야 되겠느냐"면서 "야당의 공세에 밀려 지역의 미래를 협상 카드로 내어주는 비겁한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지사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법사위 모 의원은 저에게 '대구경북특별법 통과를 준비했는데 민주당이 갑자기 대구시의회 반대성명을 이유로 보류시켰다'고 한다"며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청와대 정무수석은 저에게 국민의힘 지도부 설득을 요청했다"고 적었다. 여당이 던진 '이간계'에 야당의 심장부가 사분오열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갈등의 중심에는 송언석 원내대표와 TK 정치권의 시각 차가 자리 잡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법안의 완성도와 주민 동의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여당의 입법 폭주를 견제해야 할 야당으로서 부실한 법안을 덜컥 통과시켜 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행정 통합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다. 지역의 행정 구조와 권한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반드시 주민의 뜻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각 지역 내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민 투표를 통한 숙의는 통합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행정 통합 추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향후 갈등과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송 원내대표는 "지역 갈등과 야당 내부 갈등까지 부추기는 이간계를 이어가는 모습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행정 통합이 야당을 이간질하고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이 대통령의 호남몰아주기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지역구 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의 심정은 타 들어 간다. "야당이 되더니 지역 현안도 못 챙기느냐"는 유권자들의 항의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의회는 성명을 내고 "전남광주통합특별법만을 단독 처리한 데 대하여 깊은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국회는 즉각적인 논의 재개와 공정한 심사를 통해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이 도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어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북도의회까지 가세해 지도부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면서 국민의힘은 '원내 전략'과 '지역 민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위기에 처했다.
  • ▲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의원들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 거수 표결 도중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의원들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 거수 표결 도중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느긋하게 관망하며 야당의 내분을 즐기고 있다"며 "야당이 전략적 유연성 없이 법리에만 매몰돼 제 지지층의 요구를 외면하는 사이 민심은 이미 등을 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TK의 시선은 '불신'을 넘어 '배신감'으로 요약된다. 게다가 민주당이 놓은 프레임에 휘말려 내부 총질에 골몰하는 모습은 '무능한 야당'이라는 낙인을 찍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정치권 내부의 목소리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의 반대를 탓하는 건 민주당의 프레임에 말리는 것"이라며 "'너희들은 너희 지역조차도 갈등 해소 못하냐'는 일종의 갈라치기에 딱 떨어지는 결과가 되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민심의 이반은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안마당'에서조차 "지역을 대변하지 못하는 야당은 필요 없다"는 정서가 확산하면 핵심 지지 기반의 결집력이 급속도로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프레임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리더십으로는 정권 탈환은커녕 지역 기반 사수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지점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국민의힘이 야당으로서의 정무적 감각과 전략적 판단력을 완전히 상실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의 '책임 떠넘기기'를 예상하고 사전에 당내 이견을 조율하거나 오히려 여당의 입법 책무를 강하게 몰아세우는 역공을 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처음에는 정치권의 유불리가 없었는데 '호남만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덥석 받는 게 맞느냐'는 고민이 되던 것"이라며 "내분이 있던 중에 정책적인 문제까지 엇박자가 나면 이른바 '보수의 심장'에 굉장히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지도부가 어떤 맥락인지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진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당의 프레임에 갇혀 내부의 '네 탓' 공방에만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갈팡질팡하며 내부 소통에 실패한다면 TK는 더 이상 그들의 '성지'가 아닌 '험지'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민주당이 파놓은 책임의 덫에서 빠져나올 유일한 길은 지도부의 명확한 결단과 지역 민심을 아우르는 통합적 리더십뿐이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단일대오가 중요하다. 누군가는 불만이 있더라도 당원들의 의사에 따라가는 것이고 당원들이 뽑은 지도부 의사를 따라 가는 것"이라며 "책임을 물을 거라면 그만큼 권한을 주고 얘기를 하는 것이 맞다. 이게 본질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