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통합' 내걸고 이재명 정부 출범비상계엄 여파 인한 진영 갈등은 여전내각 인선·생중계 업무보고 논란 일기도'구호' 아닌 '실천' 행해야 한다는 지적
  • ▲ 이재명 대통령이 6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6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211일이 지났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회 갈등이 극심한 상황 속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부터 '국민통합'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통합에 대한 인식은 엇갈린 상황이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정 정상화와 국민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고 6월 4일 업무를 개시했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정부였던 만큼 개각에 있어 속도전에 나섰다.

    이재명 청와대의 1기 개각은 현 정권의 국정 철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이 가운데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지명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한 파격 인사는 화제가 됐다.

    권 장관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3선 의원을 지냈으며 송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임명됐다. 청와대는 보수 정당 출신 인사들을 지명한 배경으로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핵심 철학인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철학을 두고 여야는 각각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영과 정파를 가리지 않는 탕평 인사"라고 평가했으며 국민의힘은 "정치적 신의를 저버린 배신행위"라고 반발했다.

    이재명 청와대는 능력 중심의 인사 원칙을 강조했지만 탕평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특히 이혜훈 전 바른미래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은 도화선이 됐다.

    이 후보자가 과거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정부의 적극 재정을 강조하는 '기본소득'을 비판한 발언들과 윤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대통령의 탕평 인사에 대한 의구심이 터져 나왔다. 현 정부가 내란 청산을 기치로 내건 만큼,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이 후보자의 지명을 두고 "모순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권 일각에서도 "계엄을 옹호하고 국헌 문란에 찬동한 이들까지 통합의 대상인가"라는 반발이 나왔고, 야당에서는 "허울 좋은 탕평인사라 하더라도 최소한 기조가 맞는 사람을 지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본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며 거듭 사과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군기 잡기' 논란도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국정 투명성을 이유로 국무회의, 업무보고 등 국정 운영 과정 전반에 대해 생중계 방침을 이어오고 있다. 사상 최초로 생중계된 부처별 업무보고는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동시에 이 대통령의 각종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특히 이학재 인천국제공항 사장과의 설전은 부처별 업무보고 당시 최대 이슈였다. 이 사장은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당시 인천국제공항 사장에 임명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중 공항 내부에서 외화 반출 단속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취지로 '책갈피 달러 밀반입' 수법에 대해 질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이 질의에 답변하지 못하자 그를 "업무 파악을 정확하게 못 하고 계신 느낌"이라며 공개 질타했다.

    이 사장은 업무보고 이후 외화 불법 반출 단속은 세관의 업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관세청과 공항 공사가 양해각서(MOU)를 맺었기 때문에 외화 단속 업무는 공항공사의 소관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는 설전 이후 "전 정부 인사 찍어내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 통합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명확하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특정한 세력을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순간에는 모두를 대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좌우 통합이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말하는 통합의 특징은 인선에 있다"면서 "현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을 통해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통합 행보가 필요하나, 현 정부의 모습을 보면 그 점에서 괴리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국민이 현재 불안한 환율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 이를 안정화해야 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며 "북한과의 스킨쉽을 넓히는 과정에서 보이는 대통령의 유화책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끼는 보수 진영을 더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력의 풀이 좁다 보니 탕평 정치를 하고 싶어도 의도치 않은 구설수가 생기는 환경"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 통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진정성이 생길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양극화 정치를 개선하고 그간 체계적이지 못한 정치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이 대통령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모범적으로 개혁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내년에 가장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